지난해 폐업 신고 사업자 수가 사상 처음으로 10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폐업률은 9%를 웃돌았는데, 사업자 열 명 중 한 명이 간판을 내린 셈입니다. 숫자만 보면 그냥 통계처럼 느껴지는데, 실제로 제 주변에서 몇 년 버티다 결국 문을 닫은 분들 생각이 먼저 떠올랐습니다.
철거산업 호황, 누군가의 꿈이 치워지는 자리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폐업이 늘어나면 경제 뉴스에서 끝날 줄 알았는데, 그 뒤에 전혀 다른 산업 하나가 커지고 있었습니다. 바로 전포 철거업체입니다. 취재에 따르면 한 철거업체 대표는 체감상 작년보다 일감이 다섯 배에서 열 배 가까이 늘었다고 했습니다. 일주일에 열 명 이상이 가게를 치워달라며 찾아온다는 말도 나왔고요.
여기서 잠깐 짚고 넘어가야 할 개념이 있습니다. 원상복구 의무란 임차인이 가게 계약 종료 시 인테리어를 입주 전 상태로 되돌려 놓아야 하는 법적 의무를 뜻합니다. 단순히 짐만 빼면 끝이 아니라, 바닥재부터 간판, 조명까지 전부 철거하고 원래 상태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폐업 직전 사장님들한테는 이게 마지막 큰 지출이 됩니다.
이걸 겨냥한 철거 스타트업까지 등장했습니다. 서울의 한 업체는 수만 건의 철거 데이터를 DB화해서 온라인 모의 견적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고, AI를 활용해 매장 사진 몇 장만 올리면 견적이 나온다고 합니다. 폐업 절차 전반을 원스톱으로 처리해주는 철거 컨설팅 업체도 생겨났습니다. 제가 처음 이 내용을 접했을 때 드는 감정이 묘했습니다. 편리하다는 생각과 씁쓸하다는 감정이 동시에 왔습니다.
자영업계의 상조 회사라는 표현이 딱 맞더군요. 상조 서비스란 죽음에 필요한 절차를 미리 계약하고 비용을 분산하는 서비스입니다. 철거 산업은 그 구조를 폐업에 그대로 옮긴 셈입니다. 한 대형 업체의 3분기 폐기물 운반 차량이 9천여 대에 달했고 전년 동기 대비 30% 가까이 늘었습니다. 불황이 만든 호황이라는 말이 이렇게 현실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폐업지원금, 방향이 맞긴 한 걸까요
정부는 소상공인 폐업 지원의 일환으로 점포 철거비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건당 지원 한도가 작년 250만 원에서 올 상반기 400만 원, 하반기에는 최대 600만 원으로 늘었고, 올 상반기에만 1만 7천여 건이 지원됐습니다. 지원 규모가 커진 건 분명히 필요한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제가 이 지점에서 한 가지 걸리는 게 있었습니다. 빚만 쌓이면서 폐업조차 못 하는 분들한테 철거비 지원이 숨통을 틔워주는 건 맞습니다. 그런데 지원의 구조가 결국 문을 닫는 과정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 아쉬웠습니다. 전문가들이 지적한 것처럼 재기 지원이나 업종 전환 연계가 병행되지 않으면, 이건 그냥 퇴장을 도와주는 예산에 그칠 수 있습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운영하는 재기 지원 프로그램이 있긴 합니다. 폐업 후 취업 연계, 사업 정리 컨설팅 등이 포함된 희망리턴패키지가 대표적입니다(출처: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그런데 제 주변에서 폐업을 겪은 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런 프로그램이 있는지조차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지원 제도가 있다고 해서 닿는 게 아니라, 문을 닫는 순간 가장 지쳐있는 그 사람한테 실제로 연결이 돼야 의미가 있습니다.
철거비 지원이 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지원금 받고 접자”는 심리가 생겼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내수 부진(內需不振)이란 국내 소비 수요가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상태를 뜻하는데, 이게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인 만큼 지원금 설계도 그에 맞게 정교해져야 한다고 봅니다.
과밀창업이 반복되는 구조, 출구부터 막는 게 맞을까요
강원 지역 취재에서 나온 말이 제일 오래 남았습니다. 취업이 어렵다 보니 차선책으로 준비되지 않은 자영업 창업을 시도한다는 겁니다. 저도 비슷한 말을 주변에서 들은 적 있습니다. 퇴직 후 갈 곳이 없으니 일단 치킨집이라도 해야겠다는 분들이요.
국세청 통계를 보면 100대 생활업종의 3년 평균 생존율은 54%입니다. 절반이 겨우 넘는 수준인데, 업종별로 쪼개면 더 가혹합니다(출처: 국세청). 구체적으로 보면 이렇습니다.
- 커피·음료점 3년 생존율 약 50% 내외로 절반 수준
- 치킨 전문점 역시 생존율이 절반을 간신히 넘기는 수준
- 분식점은 46%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함
- 강원 지역 음식점·의류 등 100대 생활업종 4년 생존율은 49.2%
- 부산 기준 2023년 자영업 폐업률 21%, 개업률 17%로 폐업이 개업을 앞지름
이 수치를 처음 봤을 때 솔직히 좀 답답했습니다. 이게 공개된 데이터임에도 불구하고 매년 비슷한 업종에 비슷한 규모로 창업이 쏟아지는 구조가 바뀌질 않습니다. 과밀업종(過密業種)이란 특정 업종에 사업자가 지나치게 집중돼 정상적인 경쟁이 어려운 상태를 말합니다. 분식점 하나가 문을 닫으면 바로 옆에 또 분식점이 생기는 구조가 반복되는 거죠.
창업 지원 체계를 보면 자금이나 교육은 있어도, 이 업종은 지금 포화 상태니 재고해 보라는 식의 직접적인 안내는 약한 편입니다. 창업 전 단계에서 업종 과밀 여부, 상권 생존율 같은 데이터를 좀 더 직관적으로 전달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창업 자체를 막자는 게 아니라, 최소한 뛰어들기 전에 충분한 정보가 전달돼야 한다는 뜻입니다.
부산의 경우처럼 고령화와 청년 유출이라는 인구 구조적 문제가 겹치면 자영업 생태계의 위기는 더 빠르게 진행됩니다. 소비층 자체가 줄어드는 지역에서 창업을 독려하는 건 지역 특성을 무시한 일률적인 접근이 될 수 있습니다.
폐업 100만이라는 숫자 뒤에는 수십 번 고민하다 결국 도장을 찍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지원금이 그 무게를 다 덜어줄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방향은 맞아야 합니다. 문을 닫는 걸 도와주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다시 일어서는 것까지 이어지는 구조가 갖춰지길 바랍니다. 폐업을 앞두고 있거나 재기를 고민 중이라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희망리턴패키지 제도를 먼저 확인해보시는 걸 권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경영 또는 법률 조언이 아닙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14NrdY1Gpd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