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조율은 얼마 만에 해야 할까, 조율할 때 같이 봐야 할 것들

조율은 1년에 몇 번이 적당할까

어쿠스틱 피아노를 갖고 있다면 조율은 최소 1년에 한 번은 해 주는 게 좋아요. 여유가 된다면 1년에 두 번 이상이 더 좋고요. 피아노 안의 줄은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늘어나는데, 줄이 늘어나면 음정이 틀어질 수밖에 없어요. 매일 치는 사람은 귀가 익숙해져서 잘 모르다가, 오랜만에 조율을 받고 나서야 그동안 소리가 얼마나 어긋나 있었는지 알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새로 산 피아노는 조금 더 신경 써야 해요. 구입하고 첫 1년 동안은 줄이 특히 많이 늘어나는 시기라서 1년에 두 번 정도 조율해 주는 게 권장돼요. 새 피아노니까 한동안은 괜찮겠지 하고 두면 오히려 음이 빨리 흐트러질 수 있어요.

조율 시기를 너무 오래 넘기는 것도 좋지 않아요. 몇 년씩 조율을 안 한 피아노는 전체 음이 많이 내려가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피아노는 한 번에 원래 음높이로 끌어올리기가 어려워요. 줄에 갑자기 큰 힘이 걸리기 때문에 조율사 분들도 조심스럽게 작업하시고, 상태에 따라서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몇 차례 나눠서 맞춰야 할 때도 있어요. 정기적으로 조금씩 맞춰 주는 편이 피아노에도, 비용 면에서도 훨씬 낫다는 뜻이에요.

조율 시기가 됐는지 알 수 있는 신호도 있어요. 같은 음을 옥타브로 쳤을 때 깔끔하게 하나로 겹치지 않고 우는 듯한 소리가 나거나, 특정 건반 몇 개만 유독 소리가 탁하게 들린다면 한번 점검받아 보는 게 좋아요. 건반 하나를 누르면 줄이 두세 개씩 함께 울리는 구조라서, 그중 하나만 어긋나도 소리가 흐려지거든요.

조율할 때 음정만 보는 건 아니에요

조율이라고 하면 음을 맞추는 일만 떠올리기 쉬운데, 실제로는 피아노 전체를 점검하는 기술 작업에 가까워요. 음정을 맞추는 게 가장 중요한 목적이긴 하지만, 건반과 액션 부분을 세밀하게 조정해서 손에 닿는 터치감을 다듬는 것도 조율 때 함께 이루어져요. 건반 누르는 느낌이 무겁거나 고르지 않다고 느껴졌다면 조율하러 오신 분께 같이 말씀드리는 게 좋아요.

피아노가 놓인 환경도 같이 살펴봐야 해요. 피아노에 좋은 온도는 15도에서 25도, 습도는 30에서 70퍼센트 정도로, 사람이 생활하기 편한 범위와 거의 같아요. 창가나 햇빛이 직접 드는 곳, 바깥과 맞닿은 벽 쪽은 피하는 게 좋아요. 에어컨이 피아노 바로 위에 있으면 물방울이 떨어질 수 있어서 위치를 확인해야 하고요. 비 오는 날에는 창문과 뚜껑을 닫아 두고, 습할 땐 제습기, 건조할 땐 가습기를 쓰면 도움이 돼요. 아무리 정성껏 조율해도 피아노가 놓인 자리가 나쁘면 음이 금방 다시 틀어져요.

사실 피아노 전공자라면 조율사 자격을 따 두면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요. 피아노조율기능사는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시행하는 국가기술자격인데, 필기에서는 악기 구조와 음향학, 피아노 조정과 수리를 보고 실기에서는 2시간 30분 동안 직접 조율과 조정 작업을 해요. 피아노를 치는 사람이 악기 속까지 이해하고 있으면 레슨할 때도, 학부모님께 피아노 관리법을 알려 드릴 때도 훨씬 든든하겠죠. 저는 그 기회를 놓쳐 버렸어요. 지금도 가끔 그때 따 둘걸 하는 아쉬움이 남아요.

요즘 집에서 일반 피아노를 잘 안 사는 이유

다만 요즘은 조율 이야기를 할 일 자체가 예전보다 줄었어요.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에 사는 집이 많다 보니 일반 피아노 대신 디지털 피아노를 고르는 경우가 훨씬 많아졌거든요.

소음을 받아들이는 분위기도 많이 달라졌어요. 예전에는 저녁 늦은 시간에만 안 치면 크게 문제 될 게 없었어요. 그런데 요즘은 낮에 치는 피아노 소리도 소음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아요. 피아노 소리는 생각보다 멀리 퍼지고, 벽이나 바닥을 타고 아래윗집까지 전해지기 쉬워요. 그래서 일반 피아노를 들이려면 방음까지 생각해야 하는데, 방음 공사는 비용도 공간도 만만치 않아요.

그러다 보니 아이가 피아노를 전공할 생각이 아니라면 일반 피아노는 잘 안 사는 편이에요. 취미로 배우는 아이에게 방음까지 해 가며 일반 피아노를 마련해 주기엔 부담이 너무 크니까요. 디지털 피아노는 볼륨을 줄이거나 헤드폰을 끼고 칠 수 있고, 조율도 따로 필요 없어요.

참고로 일반 피아노를 둔다면 이웃집과 맞닿은 벽에는 붙이지 않는 게 좋다고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