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초견 실력 따로 연습해야 할까 처음 보는 악보가 술술 읽히는 원리

손에도 머리가 달려 있다는 말

초견은 처음 보는 악보를 보고 바로 치는 걸 말해요. 새 곡만 받으면 한참 헤매는 아이를 보면 초견을 따로 연습시켜야 하나 싶은 마음이 들 수 있어요. 제 생각은 조금 단순해요. 피아노를 꾸준히 연습하다 보면 초견은 저절로 늘게 되어 있어요. 손에도 머리가 달려 있어서, 많이 쳐 본 손은 눈이 악보를 읽는 순간 알아서 따라가요.

이게 무슨 말이냐면, 처음 피아노를 배울 때는 음표 하나를 보고 이름을 떠올리고, 건반 위치를 찾고, 손가락을 내리는 과정을 하나하나 거쳐요. 그런데 연습량이 쌓이면 이 단계가 하나로 합쳐져요. 도미솔 화음을 수백 번 짚어 본 손은 악보에서 그 모양을 보는 순간 이미 손 모양이 잡혀 있어요. 음계를 오르내리는 줄을 보면 머리로 계산하기 전에 손가락이 먼저 굴러가고요. 초견이 빠른 사람들은 음표를 하나씩 읽는 게 아니라 이렇게 덩어리로 읽어요.

피아노를 오래 쳐 오면서 느낀 것도 같아요. 입시곡을 연습하고, 에튀드를 치고, 이것저것 곡을 많이 쳐 보는 만큼 처음 보는 악보가 덜 겁나져요. 그래서 초견이 약한 아이라면 초견 문제집보다 치는 양 자체가 충분한지부터 살펴보는 게 먼저라고 생각해요.

리듬은 눈으로 익혀 둔 만큼 보여요

다만 손이 저절로 따라가려면 눈에 익은 재료가 있어야 해요. 그중에서 제일 중요한 게 리듬이에요. 음은 대충 맞게 짚어도 리듬이 막히면 곡이 그 자리에서 멈춰 버려요. 부점, 셋잇단음표, 당김음, 쉼표가 섞인 마디처럼 생김새가 다양한 리듬을 여러 번 보고 직접 쳐 본 아이는 처음 보는 곡에서도 그 리듬을 금방 알아봐요. 반대로 늘 비슷한 리듬만 쳐 온 아이는 낯선 리듬 하나에 손이 얼어 버리고요.

그래서 교재 진도와 별개로, 다양한 리듬이 나오는 곡을 가볍게 여러 개 쳐 보는 게 도움이 돼요. 완성할 필요 없이 한두 번 읽어 보는 정도로도 충분해요. 리듬을 손뼉으로 먼저 쳐 보고 건반으로 옮기는 방법도 좋아요. 음과 리듬을 동시에 해결하려고 하면 어렵지만, 리듬만 먼저 몸에 넣어 두면 음은 생각보다 쉽게 따라와요.

찬송가가 의외로 좋은 이유

초견 이야기에서 빼놓기 어려운 게 찬송가예요. 찬송가는 대부분 4성부로 쓰여 있고, 리듬이 비교적 단순하고 곡마다 비슷한 진행이 반복돼요. 몇 곡만 연주해 봐도 화음이 움직이는 패턴이나 리듬이 비슷하다는 게 느껴져요. 그래서 찬송가를 많이 쳐 본 사람은 처음 펼친 곡도 앞의 몇 마디만 보면 뒤가 어떻게 흘러갈지 짐작이 돼요. 이런 경험이 쌓이면 다른 곡을 읽을 때도 패턴을 먼저 찾는 눈이 생겨요.

또 하나, 생소한 곡을 치는 것과 어디선가 한번 들어 본 곡을 치는 건 완전히 달라요. 귀에 익은 선율은 악보가 조금 헷갈려도 소리가 맞는지 틀렸는지 스스로 알아채요. 손이 틀린 음을 짚으면 귀가 먼저 이상하다고 알려 주는 거죠. 그래서 처음 보는 곡을 유난히 어려워하는 아이라면, 잘 아는 동요나 들어 본 적 있는 노래 악보부터 초견으로 쳐 보는 것도 방법이에요. 비슷한 난이도라도 훨씬 덜 막혀요.

그래도 재능은 분명히 있어요

연습으로 초견이 느는 건 맞지만, 솔직히 말하면 초견에도 재능이 있어요. 가르치다 보면 특출하게 잘하는 친구들이 있어요. 연습량이 비슷한데도 처음 보는 악보를 거의 막힘없이 읽어 내려가는 아이들이요. 눈이 몇 마디 앞을 미리 보고 있고, 틀려도 멈추지 않고 박자를 이어 가요. 이런 아이들을 보면 부럽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해요.

그렇다고 초견이 느린 아이가 피아노에 소질이 없다는 뜻은 아니에요. 초견이 느려도 한 곡을 오래 붙잡고 깊게 다듬는 데 강한 아이도 있고, 그런 아이가 무대에서 더 좋은 연주를 하기도 해요. 초견은 피아노 실력의 한 부분일 뿐이에요.

처음 보는 악보를 칠 때 지켜야 할 몇 가지도 정리해 둘게요. 치기 전에 조표와 박자표를 먼저 확인하고, 곡 전체를 한 번 훑어보면서 손 위치가 크게 바뀌는 곳이나 낯선 리듬이 있는지 체크해요. 템포는 생각보다 느리게 잡고, 틀려도 멈추지 말고 박자를 지키며 앞으로 가는 게 중요해요. 틀린 음 하나보다 멈춰서 박자가 무너지는 게 곡 흐름에는 훨씬 큰 손해거든요.

반주를 맡는 사람들한테 초견이 특히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도 그래서예요. 함께하는 사람들은 피아노가 틀렸다고 기다려 주지 않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