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건반은 끝까지 눌러도 1센티미터 남짓밖에 내려가지 않아요. 그 짧은 거리 안에서 건반이 얼마나 빠르게 내려가느냐에 따라 안쪽 해머가 줄을 때리는 속도가 정해지고, 그 속도가 곧 소리의 크기와 질이 돼요. 손가락으로 누르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팔과 어깨, 몸통의 무게가 그 짧은 거리에 얼마나 잘 실리느냐의 문제예요. 의자 높이와 앉는 위치가 소리에 영향을 주는 건 바로 이 무게가 전달되는 길을 바꾸기 때문이에요.
몸이 어디에 실려 있느냐부터 달라요
의자 깊숙이 앉으면 편해 보이지만 무게중심이 엉덩이 뒤쪽으로 빠져요. 이 자세에서 큰 소리를 내려면 몸을 앞으로 보내야 하는데, 이미 무게가 뒤에 있으니 결국 팔 근육만으로 건반을 밀어붙이게 돼요. 근육으로만 미는 소리는 단단하고 날카로워지기 쉽고, 오래 치면 팔이 금방 지쳐요.
그래서 의자 앞쪽 절반 정도에 걸터앉고 두 발을 바닥에 붙이는 자세를 권해요. 이렇게 앉으면 엉덩이와 양발, 세 군데가 몸을 받치는 구조가 돼요. 받침이 앞쪽으로 넓어지니 상체를 살짝만 숙여도 몸통의 무게가 자연스럽게 어깨를 지나 팔로 흘러가요. 큰 소리가 필요할 때 힘을 주는 게 아니라 무게를 조금 더 앞으로 보내는 방식으로 소리를 키울 수 있게 되는 거예요. 반대로 여린 소리를 낼 때는 무게를 거둬들이면 되니 조절도 훨씬 쉬워요.
발이 바닥에 닿지 않는 아이들은 이 받침이 하나 사라진 상태예요. 몸이 흔들리지 않게 버티는 데 힘을 쓰다 보니 정작 손끝에 쓸 여유가 줄어요. 아이 키에 맞는 발 받침대를 두는 것만으로도 소리가 안정되는 경우가 많은 이유예요.
팔꿈치 각도가 힘의 방향을 정해요
높이를 맞출 때 기준은 팔꿈치예요. 팔을 몸 옆에 편하게 늘어뜨렸을 때 팔꿈치가 건반 높이와 비슷하거나 살짝 위에 있으면 알맞은 높이예요. 이때 위팔과 아래팔은 대략 직각을 이루고, 손목은 아래팔과 일직선으로 이어지는 게 좋아요.
의자가 너무 낮으면 팔꿈치가 건반보다 아래로 떨어져요. 그러면 손목이 건반 쪽으로 꺾이고, 힘이 아래로 떨어지는 게 아니라 아래에서 위로 들어 올렸다가 누르는 모양이 돼요. 중력을 거슬러 써야 하니 같은 소리를 내는 데 훨씬 많은 힘이 들고, 손가락이 건반을 누르기보다 끌어당기는 느낌이 나요. 낮은 의자에서는 건반에 손을 올리려고 어깨까지 들썩 올라가는 경우도 많아요. 어깨가 올라간 채로 굳어 있으면 몸통에서 팔로 내려와야 할 무게가 어깨에서 막혀 버려요. 치는 사람은 열심히 힘을 주는데 소리는 생각만큼 커지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어요.
반대로 너무 높으면 팔 무게는 잘 떨어지지만 손가락이 서서 손끝으로만 건반을 찍게 되기 쉬워요. 손가락 끝의 좁은 면으로 치면 소리가 딱딱해지고, 빠른 패시지에서는 손가락이 미끄러지기도 해요. 손가락 앞쪽의 살이 있는 부분이 건반에 닿아야 소리에 둥근 느낌이 생기는데, 의자가 높으면 이 부분을 쓰기가 어려워져요.
결국 팔꿈치 높이가 맞으면 팔의 무게가 건반 바로 위에서 수직에 가깝게 떨어져요. 힘이 옆으로 새거나 위로 거슬러 올라가지 않으니 적은 힘으로도 소리가 꽉 차게 나요. 이 부분은 레슨할 때도 가장 먼저 보게 되는 부분이에요. 손가락이나 손목 모양을 고치기 전에 의자부터 맞추면 이미 절반은 해결되는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앞뒤 거리는 무릎으로 재요
높이만큼 중요한 게 피아노와의 거리예요. 너무 가까이 앉으면 팔꿈치가 몸에 붙어서 팔이 움직일 공간이 없어요. 팔이 갇혀 있으면 무게를 실을 각도가 나오지 않고, 높은음이나 낮은음으로 손을 옮길 때 몸이 같이 뒤틀려요. 너무 멀면 팔이 앞으로 쭉 뻗어서 무게가 건반 위가 아니라 허공으로 흩어져요.
거리를 쉽게 확인하는 방법이 있어요. 앉은 상태에서 한쪽 무릎을 들어 올려 보는 거예요. 무릎이 건반 아래쪽에 살짝 스치면 알맞은 거리이고, 피아노 몸체에 부딪히면 너무 가까운 거예요. 무릎이 아예 닿지 않으면 너무 멀리 앉은 거고요.
양 끝의 음을 칠 때도 엉덩이를 옆으로 옮기기보다는 의자 가운데 앉은 채로 상체와 손을 움직여서 닿는 게 좋아요. 앉은 자리가 계속 바뀌면 무게중심도 매번 새로 잡아야 해서 소리가 고르지 않게 나와요.
페달을 쓸 때는 발뒤꿈치만 바닥에 두고 앞쪽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해 두면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