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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슨 시간마다 손톱 검사하는 이유, 손톱 길이가 소리를 바꾼다

레슨이 손 검사로 시작되는 이유

제 레슨은 피아노 뚜껑을 열기 전에 꼭 거치는 순서가 하나 있어요. 아이가 의자에 앉으면 먼저 두 손을 쫙 펴서 손등이 위로 오게 보여 달라고 해요. 처음 온 아이들은 손 씻고 왔는지 검사하는 줄 알고 괜히 손을 바지에 쓱쓱 닦기도 하는데, 사실 제가 보는 건 손톱이에요. 손끝 너머로 손톱이 얼마나 나와 있는지, 그거 하나만 확인하고 넘어가요.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이 습관은 꽤 오래됐어요. 전공 준비하던 시절 제 선생님도 레슨 때마다 제 손톱부터 보셨거든요. 그땐 왜 그렇게까지 하시나 싶었는데, 가르치는 입장이 되고 나니 그 이유를 매주 눈앞에서 확인하게 돼요. 손톱 길이 하나로 소리가 정말 달라지거든요.

손톱이 길면 소리가 먼저 무너져요

피아노는 손가락 끝의 살이 건반에 닿으면서 소리를 만들어요. 그런데 손톱이 길면 살보다 손톱이 먼저 건반에 부딪혀요. 그러면 음이 울리기 직전에 딱, 딱 하는 작은 소리가 섞여 나와요. 아이 본인은 잘 모르는데 옆에서 들으면 마치 건반 위를 구두 신고 걷는 것처럼 들려요. 조용한 곡일수록 이 소리가 더 도드라져서, 예쁘게 쳐야 하는 부분이 어딘가 거칠어지죠.

더 큰 문제는 손 모양이에요. 피아노를 칠 때는 손가락을 둥글게 세워서 끝으로 건반을 누르는 게 기본인데, 손톱이 길면 손가락을 세울수록 손톱이 걸리니까 아이들이 본능적으로 손가락을 쭉 펴서 쳐요. 손가락이 펴지면 힘이 손끝까지 전달되지 않고, 빠른 패시지에서는 손가락이 건반 위에서 미끄러지기도 해요. 지난주까지 잘 치던 아이가 갑자기 손가락이 흐물흐물해졌다 싶으면, 열에 아홉은 손톱이 자라 있어요. 손 모양을 몇 주에 걸쳐 잡아놨는데 손톱 하나 때문에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걸 보면, 솔직히 저도 사람인지라 속이 좀 상할 때가 있어요. 그래서 아예 처음부터 확인하는 쪽을 택한 거예요.

기준은 생각보다 간단해요. 손바닥이 나를 보게 손을 들었을 때, 손가락 끝 너머로 손톱이 보이지 않으면 괜찮아요. 하얀 부분이 살짝이라도 삐져나와 보이면 깎을 때가 된 거고요.

바짝 깎으면 오히려 아파요

그렇다고 무조건 짧게 깎으라고만 하면 또 다른 문제가 생겨요. 레슨 당일 아침에 급하게 바짝 깎고 온 아이들은 손끝이 아리다고 건반을 제대로 못 눌러요. 손톱 아래 살이 갑자기 드러나서 예민해진 상태라 그래요. 그래서 어머님들께는 레슨 하루 이틀 전쯤, 너무 깊지 않게 깎아 달라고 부탁드려요. 일주일에 한 번 레슨이면 손톱 깎는 요일을 정해두는 것도 방법이에요. 손톱은 생각보다 빨리 자라서, 아이들은 보통 일주일만 지나도 다시 손끝을 넘어와요. 그래서 레슨 전날 저녁을 손톱 깎는 날로 정해두면 따로 신경 쓰지 않아도 매주 같은 상태로 레슨에 올 수 있어요. 깎은 뒤에는 손톱 끝을 줄로 한 번 둥글게 다듬어 주면 건반 옆면에 긁히는 일도 줄어들어요. 집에서 연습할 때 아이가 손끝이 아프다고 하면 꼭 손톱부터 한번 봐 주세요. 의외로 그게 원인인 경우가 많거든요.

레슨실 서랍에는 아기용 손톱깎이를 하나 넣어 두고 있어요. 검사에서 걸린 아이는 그 자리에서 제가 다듬어 주는데, 아이들이 이걸 은근히 좋아해요. 선생님이 손톱 깎아주는 시간이 잠깐의 쉬는 시간처럼 느껴지나 봐요. 그동안 학교에서 있었던 이야기도 나오고, 긴장해서 들어온 아이도 그 몇 분 사이에 표정이 풀려요. 예상하지 못했던 장점이었어요.

손톱이 멋이라던 아이

손톱 이야기를 하면 꼭 떠오르는 아이가 있어요. 손톱을 기르는 걸 멋이라고 생각하던 친구였는데, 깎자고 할 때마다 이번 주만 봐 달라며 손을 등 뒤로 숨기곤 했어요. 억지로 깎게 하면 피아노 자체가 싫어질까 봐 저도 몇 번은 그냥 넘어갔고요.

그러다 하루는 곡을 치던 중에 손톱이 건반에 걸려 그대로 깨져 버렸어요. 아이는 손가락을 움켜쥐고 펑펑 울었죠. 아끼던 손톱이 한순간에 부러졌으니 속상할 만도 했어요. 그 모습을 보면서 저는 솔직히 이제 피아노 안 하겠다고 하겠구나 싶었어요. 피아노 때문에 손톱이 깨졌다고 생각할 테니까요.

그런데 다음 날 레슨에 온 아이가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이러는 거예요. 선생님, 손톱 없으니까 피아노가 더 잘 쳐져요. 전날 그렇게 울던 아이가 맞나 싶어서 한참 웃었어요. 제가 몇 주 동안 말로 설명해도 안 되던 걸, 손톱이 깨지고 하루 만에 스스로 알아챈 거죠. 그 뒤로는 제가 말하기 전에 먼저 손을 내밀어 보여 줘요. 아이들은 어른이 설명하는 것보다 자기 손끝으로 느낀 걸 훨씬 빨리 받아들인다는 걸, 그때 새삼 느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