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레가토가 자꾸 끊기는 아이, 전공 때 하던 부점 리듬 연습법

빠른 레가토에서 끊기는 아이들

곡이 조금씩 어려워지면 오른손이 음을 쭉 이어서 빠르게 굴러가는 구간이 나와요. 레가토로 부드럽게 이어 쳐야 하는 부분인데, 이 구간에서 멈칫하는 아이들이 정말 많아요. 처음 몇 음은 잘 가다가 중간쯤에서 손가락이 엉키고, 한 번 끊기면 그 뒤로는 소리가 울퉁불퉁해져요. 속도를 올리려고 하면 할수록 더 끊기고요.

이럴 때 아이들은 보통 같은 구간을 그냥 여러 번 반복해요. 틀린 데까지 치고, 다시 처음으로 가서 또 치고요. 그런데 이런 반복은 생각보다 효과가 적어요. 손가락이 고르지 않은 상태 그대로 계속 연습하게 되니까, 끊기는 자리도 늘 같은 자리에서 끊겨요. 빠르기만 올린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 손가락 하나하나가 자기 음을 확실하게 잡는 연습이 먼저 필요한 거예요.

리듬을 바꿔서 치게 하는 이유

그래서 저는 이런 아이들에게 같은 구간을 리듬을 바꿔서 연습시켜요. 원래는 고르게 이어지는 음들을 앞부점, 뒷부점으로 바꿔 치게 하는 거예요.

앞부점은 길게 짧게, 길게 짧게로 치는 방식이에요. 따안 따, 따안 따 하는 느낌이죠. 뒷부점은 그 반대로 짧게 길게, 짧게 길게로 쳐요. 따 따안, 따 따안 하고요. 똑같은 음을 치는데 리듬만 바꾸는 거라 아이들도 처음엔 좀 신기해해요. 음표는 그대로인데 노래가 달라지니까요.

이렇게 리듬을 바꾸면 손가락마다 한 번씩은 길게 머무르는 음이 생기고, 한 번씩은 재빨리 넘어가야 하는 음이 생겨요. 앞부점으로 칠 때 빨리 넘어가던 손가락이 뒷부점에서는 길게 버티고, 반대로 길게 버티던 손가락은 빨리 움직여야 해요. 두 가지를 번갈아 하다 보면 결국 모든 손가락이 빠르게 움직이는 것과 확실하게 자리 잡는 것을 다 연습하게 되는 셈이에요. 특히 약지나 새끼손가락처럼 힘이 약해서 늘 뭉개지던 음이 리듬 연습을 하고 나면 훨씬 또렷하게 들려요.

사실 이 방법은 제가 전공 공부할 때 하던 연습법이에요. 빠른 패시지가 고르게 안 나올 때 리듬을 바꿔서 쪼개 보는 건 피아노를 전공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다 해 보는 연습이기도 해요. 그때는 그냥 당연히 하는 연습이라고 생각했는데,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다시 보니 이게 어린 손에도 똑같이 통한다는 게 반가웠어요. 설명만 조금 쉽게 바꿔 주면 아이들도 충분히 따라 할 수 있는 방법이에요.

아이들에게 시킬 때는 이렇게

곡 전체를 리듬 연습으로 바꿀 필요는 없어요. 끊기는 구간만 떼어서 앞부점, 뒷부점을 번갈아 가며 계속 같이 연습시키는 거예요. 아이가 리듬 자체를 헷갈려하면 건반을 치기 전에 입으로 따안 따, 따 따안 하고 먼저 불러 보게 하는 것도 도움이 돼요. 리듬이 귀에 먼저 들어오면 손이 따라가기가 훨씬 쉬워요.

속도는 처음에 느리게 해요. 리듬이 정확하게 나오는 게 먼저고, 빠르기는 나중이에요. 리듬을 바꿔 치는 데 익숙해지면 조금씩 속도를 올려요. 앞부점, 뒷부점 둘 다 막힘없이 나오면 그때 원래대로 고르게 레가토로 돌려서 빠르게 쳐 보게 해요.

이 과정을 거치고 나면 원래 리듬으로 돌아왔을 때 훨씬 수월해져요. 리듬을 바꿔 치는 동안 손가락마다 빨리 움직이는 연습과 확실하게 버티는 연습을 둘 다 해 뒀기 때문에, 고르게 칠 때는 오히려 손이 가볍게 느껴지는 거예요. 중간에 뚝 끊기던 자리도 다시 쳐 보면 생각보다 자연스럽게 넘어가요. 한 번에 완벽해지지 않더라도 리듬 연습과 레가토 연습을 몇 번 오가다 보면 끊기는 횟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어요.

주의할 점이 하나 있다면

리듬 연습을 할 때 손목이나 팔에 힘이 들어가면 안 돼요. 길게 머무르는 음에서 건반을 꾹 누르고 힘을 주는 아이들이 있는데, 그러면 손이 금방 지쳐요. 길게 치는 음에서는 손가락만 건반에 살짝 머무르고, 손목은 편하게 내려놓은 상태를 유지하게 해요. 짧게 넘어가는 음에서도 손가락을 세게 내리치기보다 가볍게 굴린다는 느낌으로 치는 게 좋아요. 리듬 연습은 힘을 기르는 연습이 아니라 손가락이 제자리를 정확히 찾게 하는 연습이라서, 힘이 들어가는 순간 효과가 반으로 줄어들어요.

부점 리듬 연습은 한 번에 오래 하는 것보다, 레슨 때마다 몇 분씩 짧게 꾸준히 넣어 주는 편이 손에 남는 게 많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