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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르니 30번 언제 들어가야 할까 100번과 달라지는 점과 아이마다 차이가 벌어지는 이유

바이엘을 마치고 체르니 100번으로 넘어갈 때는 사실 큰 고비가 없어요. 교재 이름이 바뀌었을 뿐 아이 입장에서는 비슷한 길이의 연습곡을 비슷한 속도로 이어서 치는 느낌이거든요. 부모님들은 체르니라는 이름만 듣고 한 단계 크게 올라갔다고 생각하시지만, 레슨하는 입장에서 보면 바이엘과 100번은 같은 기초 과정의 연장선에 가까워요.

진짜 갈림길은 그다음, 체르니 30번이에요. 바이엘 때는 잘하는 친구들이 하루나 이틀에 번호 하나씩 쑥쑥 넘어갔어요. 그런데 30번부터는 이야기가 달라져요. 음악 기호를 하나하나 지켜야 하고 속도도 더 내야 해서, 아이들이 눈에 띄게 힘들어했어요. 제 기억으로는 번호 하나를 넘기는 데 보통 일주일 정도 걸렸던 것 같아요.

느린 친구들은 더 고민이 됐어요. 속도가 아직 안 나는데도 한 번호를 너무 오래 붙잡고 있으면 어머님들이 진도가 안 나간다고 속상해하시거든요. 그래서 마음에 쏙 들 만큼 완성되지 않았어도 어쩔 수 없이 다음 번호로 넘겨준 적도 있어요. 가르치는 입장에서는 참 아쉬운 순간이지만, 아이가 한 곡에 지쳐 피아노 자체를 싫어하게 되는 것보다는 낫다고 스스로를 달래곤 했어요. 저는 이 시기를 기초를 벗어나는 첫 관문이라고 생각해요.

100번과 30번은 무엇이 다를까요

체르니 100번의 원래 이름은 초보자를 위한 실용 연습곡집, 작품번호 599번이에요. 이름 그대로 악보 읽기, 기본 손 모양, 간단한 양손 맞추기를 익히는 교재예요. 반면 30번은 작품번호 849번으로, 원제가 30개의 메커니즘 연습곡이에요. 메커니즘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손가락을 고르고 빠르게 움직이는 기술 자체를 다루기 시작하는 교재예요.

가장 크게 달라지는 건 속도예요. 100번에서는 틀리지 않고 끝까지 치는 게 목표였다면, 30번은 곡마다 정해진 빠르기에 가깝게 쳐야 비로소 연습곡의 의미가 살아나요. 16분음표가 한 페이지 가득 이어지는 곡이 많아서, 천천히 치면 칠 수는 있는데 속도를 올리는 순간 손가락이 엉키기 시작하죠. 한 손은 쉬지 않고 빠르게 달리는데 다른 손은 반주를 고르게 받쳐야 하는 곡도 많고요.

참고로 체르니는 베토벤에게 피아노를 배웠고, 훗날 리스트를 가르친 선생님이기도 해요. 작품번호만 800번이 넘을 만큼 평생 엄청난 양의 곡을 썼고, 그중 상당수가 제자들을 위한 연습곡이었어요. 지금 우리 아이들이 치는 연습곡 한 곡 한 곡이 오래전 레슨 현장에서 나온 셈이에요.

왜 여기서 개인차가 커질까요

솔직히 이 시기가 가르치는 입장에서도 마음이 제일 복잡해요. 같은 날 100번을 끝낸 두 아이가 30번에서는 몇 달씩 차이가 나기도 하거든요. 그 모습을 보며 뒤처진 아이가 스스로 주눅 들까 봐 신경이 많이 쓰였어요.

차이가 벌어지는 이유는 몇 가지로 정리할 수 있어요. 첫째는 손가락 독립이에요. 4번과 5번 손가락이 약한 아이는 속도를 올리면 소리가 고르지 않게 튀어요. 둘째는 연습 방식이에요. 30번은 무작정 여러 번 치는 것보다 느린 속도에서 정확하게 치고, 조금씩 빠르기를 올리는 연습이 훨씬 효과적이에요. 이 방법을 받아들이는 아이와 매번 처음부터 빠르게 치려는 아이는 금방 차이가 나요. 셋째는 집에서의 연습 시간이에요. 100번까지는 레슨 시간만으로도 어느 정도 따라올 수 있지만, 30번부터는 집에서 매일 조금씩 손을 푸는지가 그대로 드러나요. 넷째는 손목과 어깨의 힘이에요. 빨리 쳐야 한다는 생각에 어깨가 올라가고 손목이 굳는 아이가 많은데, 이렇게 힘이 들어가면 오히려 속도가 더 안 나고 금방 지쳐요. 저는 이럴 때 잠깐 손을 내려놓고 팔을 털게 한 다음, 힘을 뺀 상태로 한두 마디만 다시 쳐보게 해요.

그래서 저는 30번에 들어가는 시기를 나이나 진도표로 정하지 않으려고 해요. 100번을 다 쳤다는 사실보다 100번 뒷부분 곡을 고른 소리로 적당한 속도에 칠 수 있는지를 먼저 봐요.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넘어가면 아이가 30번을 어렵고 지루한 책으로만 기억하게 되거든요.

부모님이 알아두시면 좋은 것

체르니 30번에서 진도가 느려졌다고 해서 아이에게 재능이 없다는 뜻은 아니에요. 오히려 이때 천천히 제대로 다진 아이가 나중에 40번이나 소나타로 넘어갔을 때 훨씬 안정적으로 치는 경우를 많이 봤어요. 한 곡에 오래 머문다면 다그치기보다 매일 10분이라도 느린 속도로 정확하게 치는 습관을 응원해 주세요. 메트로놈을 활용해 지난주보다 조금 빨라진 숫자를 함께 확인하는 것도 아이에게 큰 동기가 돼요.

그리고 무엇보다 이 시기를 넘긴 아이들은 표정부터 달라져요. 손가락이 생각대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하면 피아노가 연습이 아니라 재미로 느껴지는 순간이 오거든요. 그 순간까지 옆에서 조금만 기다려 주시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