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레슨에서 혼내지 않는 이유, 그래도 화를 내는 두 가지 순간

피아노 학원 하면 아직도 선생님이 자로 손등을 때리거나 큰 소리로 혼내는 장면을 떠올리는 분들이 계세요. 실제로 예전에는 그런 레슨도 꽤 있었다고 하고요. 그런데 오래 가르쳐 보니, 피아노 레슨에서 크게 화낼 일은 생각보다 많지 않아요. 아이들이 틀리는 건 당연하고, 같은 걸 몇 번이고 다시 알려 주는 게 원래 선생님이 하는 일이니까요.

틀리는 건 화낼 일이 아니에요

어제 알려 준 손가락 번호를 오늘 또 틀리고, 지난주에 고친 박자를 이번 주에 다시 놓치는 일은 레슨에서 매일 일어나요. 처음 가르치는 사람은 여기서 답답함을 느끼기 쉬워요. 분명히 알려 줬는데 왜 또 틀리지 하고요. 그런데 아이들은 한 번 들어서 아는 게 아니라, 여러 번 반복해서 손에 붙어야 비로소 알게 돼요. 어른도 새로운 걸 배울 때 그렇잖아요.

그래서 저는 아이가 같은 실수를 할 때마다 처음 알려 주는 것처럼 다시 알려 줘요. 옆에 앉아서 이 손가락, 여기서 한 박 더, 하고 계속 짚어 주는 거예요. 열 번째 같은 말을 해도 목소리 톤이 첫 번째와 같아야 아이가 위축되지 않아요. 아이가 틀릴 때마다 선생님 표정이 굳어지면, 아이는 피아노를 치는 게 아니라 선생님 눈치를 보면서 치게 되거든요. 그러면 손이 더 굳고, 더 틀리고, 결국 피아노가 무서운 시간이 돼요.

가만히 앉아만 있는 아이

연습을 전혀 안 해 오거나, 피아노 앞에 앉아서도 건반에 손을 올리지 않고 가만히 있는 아이들도 있어요. 이런 아이를 보면 혼내고 싶은 마음이 드는 선생님도 있을 거예요. 그런데 이런 아이들은 대부분 게으르다기보다 피아노가 아직 재미없는 거예요. 왜 쳐야 하는지, 치면 뭐가 좋은지를 아직 못 느낀 거죠.

그래서 저는 이런 아이에게 음악을 많이 들려줘요. 지금 배우는 곡을 제가 완성된 모습으로 쳐 주기도 하고, 아이가 좋아할 만한 곡을 골라 들려주기도 해요. 그리고 아주 짧은 부분이라도 아이가 직접 쳐서 소리가 예쁘게 나는 경험을 하게 해 줘요. 연주하는 기쁨을 한 번이라도 느끼면 아이 태도가 달라져요. 내가 친 소리가 음악처럼 들리는 순간, 아이들은 스스로 한 번 더 쳐 보고 싶어 하거든요. 그 순간을 만들어 주려고 정말 많이 노력하는 편이에요. 혼내서 억지로 앉혀 놓은 아이는 그날 한 번은 치겠지만, 다음 주에도 똑같이 가만히 앉아 있어요.

이 부분은 가르치면서 제 마음도 많이 달라졌어요. 연습 안 해 온 아이를 보면 저도 사람이니 서운한 마음이 들 때가 있어요. 그래도 그 서운함을 아이에게 쏟아 내 봐야 남는 게 없다는 걸 알게 됐어요. 아이가 피아노를 좋아하게 되면 연습은 따라오는 거고, 그 좋아하는 마음을 만드는 데까지가 제 몫이라고 생각해요.

그래도 화를 내는 두 가지 순간

그렇다고 제가 한 번도 화를 안 내는 건 아니에요. 정말 화가 나는 순간이 딱 두 가지 있어요.

첫째는 연습을 안 해 놓고 했다고 거짓말할 때예요. 연습을 했는지 안 했는지는 첫 소절만 들어도 알 수 있어요. 손이 기억하는 게 소리에 다 드러나거든요. 연습을 못 해 온 건 괜찮아요. 바쁜 주도 있고, 하기 싫은 주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안 했으면서 했다고 말하는 건 피아노 문제가 아니라 태도 문제라서 그냥 넘어가지 않아요. 이럴 때는 연습 안 한 것보다 거짓말한 걸 분명하게 짚어 줘요. 다음부터는 못 했으면 못 했다고 말하면 된다고요. 그리고 그날은 레슨 시간을 연습 시간처럼 써요. 집에서 했어야 할 연습을 선생님 옆에서 같이 하는 거예요. 그렇게 하면 아이도 연습을 안 해 오면 레슨이 어떻게 되는지 몸으로 알게 되고, 솔직하게 말해도 혼나지 않는다는 것도 알게 돼요. 거짓말할 이유가 줄어드는 거죠.

둘째는 다른 친구들 연습을 방해할 때예요. 학원에는 여러 아이가 함께 있다 보니, 자기 연습은 안 하고 다른 방에 들어가서 장난을 치거나 옆 친구 건반을 누르며 방해하는 아이가 가끔 있어요. 내가 안 하는 건 내 손해지만, 다른 친구가 집중하는 시간을 빼앗는 건 얘기가 달라요. 이건 그 자리에서 바로 단호하게 말해요. 다른 사람의 시간도 소중하다는 걸 알려 주는 것도 레슨의 일부라고 생각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