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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이 작은 아이, 옥타브가 안 닿을 때 해줄 수 있는 것

옥타브라는 벽

피아노에서 옥타브는 도에서 다음 도까지, 흰건반 여덟 개를 한 손으로 동시에 누르는 거예요. 어른 손으로는 별것 아닌 거리지만,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 손으로는 이게 정말 멀어요. 엄지와 새끼손가락을 있는 힘껏 벌려도 한쪽이 건반 끝에 겨우 걸리거나, 아예 닿지 않는 아이들이 많아요.

문제는 옥타브가 생각보다 일찍 나온다는 거예요. 소나티네나 소곡집에서 곡이 조금만 화려해져도 왼손 베이스에 옥타브가 등장하고, 오른손 멜로디를 힘 있게 강조하는 부분에도 옥타브가 자주 쓰여요. 손은 아직 자라는 중인데 악보는 이미 어른 손을 요구하는 셈이죠. 이럴 때 아이들은 손이 닿지 않으니까 손목을 비틀거나, 손을 건반 위에서 튕기듯 옆으로 밀어서 억지로 두 음을 맞추려고 해요. 그러다 보면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가고, 소리도 거칠어지고, 무엇보다 손목에 무리가 가요.

한 음만 치되 손은 옥타브처럼

그래서 저는 손이 작은 아이들에게 옥타브가 나오면 낮은음이나 높은음 중 한 음만 치게 해요. 왼손 베이스라면 보통 아래 음을 남기고, 오른손 멜로디라면 위 음을 남겨요. 선율이나 화음에서 더 중요한 쪽을 살리는 거예요. 이렇게 하면 소리가 조금 얇아지긴 해도 곡의 흐름은 그대로 이어지고, 아이도 무리하지 않고 끝까지 칠 수 있어요.

대신 하나를 꼭 지키게 해요. 한 음만 치더라도 손은 옥타브를 치는 것처럼 쫙 펴서 연습하는 거예요. 엄지와 새끼손가락을 옥타브 자리에 놓으려고 벌린 상태에서, 소리는 한쪽만 내는 거죠. 닿지 않는 쪽 손가락은 건반 위에 살짝 떠 있어도 괜찮아요. 처음엔 아이들이 왜 안 치는 손가락까지 벌리고 있어야 하냐고 묻는데, 이유가 있어요. 손도 늘어나거든요.

손은 매일 조금씩 벌리는 만큼 유연해지고, 그 거리가 손에 익어요. 처음에는 한참 모자라던 손가락이 몇 달 지나면 건반 끝에 걸리기 시작하고, 손이 자라는 속도와 맞물리면서 어느 날 두 음이 동시에 눌리는 순간이 와요. 그때 아이들 표정이 정말 뿌듯해 보여요. 한 음만 치던 곳에서 처음으로 옥타브 소리가 꽉 차게 울리면, 자기 손이 커졌다는 걸 소리로 확인하는 거니까요.

손이 거의 닿을락 말락 하는 단계에 오면, 그 사이에 한 단계를 더 거치기도 해요. 두 음을 동시에 누르는 대신 아래 음과 위 음을 아주 빠르게 차례로 치는 거예요. 손을 벌린 채로 엄지에서 새끼손가락으로 무게를 옮기기만 하면 되니까, 동시에 누를 때보다 훨씬 덜 힘들어요. 소리도 한 음만 칠 때보다 꽉 차게 들려서 아이들이 좋아해요. 이 단계가 편해지면 두 음 사이 간격을 점점 줄여서 결국 동시에 누르는 옥타브로 넘어가요.

억지로 늘리지 않기

여기서 조심해야 할 게 있어요. 손을 펴는 연습이 손을 억지로 찢듯이 벌리는 연습이 되면 안 돼요. 아이 손은 관절도 근육도 아직 여려서, 무리하게 벌린 채로 오래 버티면 손바닥이나 손목이 아플 수 있어요. 그래서 손을 편 상태로 칠 때도 손목과 팔에는 힘을 빼라고 계속 말해 줘요. 손가락만 벌어져 있고 나머지는 말랑한 상태여야 해요.

연습 시간도 짧게 나눠요. 옥타브 자리를 몇 번 연습했으면 손을 털고 주먹을 쥐었다 펴면서 잠깐 쉬게 해요. 손을 벌린 채로 곡 전체를 쭉 치게 하는 것보다, 짧게 벌렸다 풀었다를 반복하는 게 손에도 덜 무리가 가고 유연해지는 데도 더 좋아요. 레슨 전에 손가락 사이를 하나씩 살살 벌려 주는 간단한 스트레칭을 같이 하기도 해요.

손 크기는 아이마다 정말 달라요. 같은 학년이라도 벌써 옥타브가 편하게 닿는 아이가 있고, 한참 모자란 아이도 있어요. 그래서 곡을 고를 때부터 손을 같이 봐요. 옥타브가 계속 이어지는 곡은 손이 준비될 때까지 잠시 미뤄 두고, 옥타브가 가끔 나오는 곡부터 시작하는 식으로요. 손이 작은 건 아이 잘못이 아니니까, 손이 따라올 때까지 곡을 손에 맞춰 주는 게 선생님 몫이라고 생각해요.

이건 아이들만의 이야기도 아니에요. 성인 학생 중에도 손이 작아서 옥타브가 버거운 분들이 계세요. 어른은 손이 더 자라지 않으니 같은 방법을 써도 늘어나는 데 한계가 있지만, 한 음만 치거나 빠르게 나눠 치는 방법은 그대로 도움이 돼요. 손 크기 때문에 좋아하는 곡을 포기할 필요는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