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나 자매가 같이 피아노를 배우러 오는 경우가 꽤 많아요. 어머님 입장에서는 한 번에 데려오고 데려갈 수 있으니 편하고, 아이들도 집에서 같이 연습하면 서로 자극이 될 거라고 기대하시죠. 실제로 그런 장점도 있어요. 그런데 가르치는 입장에서 보면 형제자매 레슨에는 다른 아이들한테는 없는 신경 쓸 거리가 하나 더 생겨요. 바로 비교예요.
나이 차이가 나면 생기는 일
두 아이가 나이 차이가 좀 나면, 아무래도 큰아이가 진도가 빨라요. 손도 더 크고 힘도 있고, 무엇보다 말귀를 잘 알아들으니까 같은 설명을 해도 금방 이해해요. 작은아이는 똑같이 열심히 해도 아직 손이 작고 집중 시간도 짧아서 속도가 날 수가 없죠. 이건 실력 차이가 아니라 그냥 나이 차이예요.
문제는 아이들이 그걸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거예요. 작은아이 눈에는 언니나 형이 자기보다 어려운 곡을 치고, 선생님한테 칭찬을 더 많이 듣는 것처럼 보여요. 집에 가서도 같은 피아노로 연습하니까 그 차이가 매일 눈앞에 보이고요. 반대로 큰아이는 동생이 금방 따라올까 봐 은근히 신경 쓰기도 해요. 둘 다 말로 하진 않지만 레슨 중에 슬쩍 서로의 악보를 넘겨다보는 걸 보면 다 알 수 있어요.
그래서 저는 형제자매가 오면 처음부터 교재를 일부러 다르게 시작하기도 해요. 같은 교재로 시작하면 몇 권째인지, 몇 페이지인지가 그대로 비교 기준이 되거든요. 큰아이와 작은아이가 서로 다른 책을 들고 있으면 누가 앞서 있는지를 단순하게 따질 수가 없어요. 생각보다 이게 효과가 커요. 큰아이에게는 조금 더 생각하며 치는 곡을, 작은아이에게는 그림이 많고 짧은 곡이 많은 책을 주면 각자 자기 수준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어요. 가끔은 큰아이에게 동생 연습할 때 박자만 같이 세어 줄래 하고 작은 역할을 맡기기도 해요. 경쟁 상대가 아니라 도와주는 사람이 되면, 큰아이 표정이 한결 여유로워지거든요.
레벨은 같아도 책은 다르게
더 조심스러운 건 두 아이 레벨이 비슷할 때예요. 나이 차이가 크지 않거나 작은아이가 유난히 빨라서 둘이 거의 같은 단계에 있으면, 오히려 비교가 더 날카로워져요. 이럴 때 한 아이에게 같은 교재를 주면 그 아이는 언니랑 똑같은 거 한다며 기분이 상하거나, 반대로 동생이랑 같은 걸 치게 된 큰아이가 자존심이 상해요.
그래서 사실 레벨은 비슷하지만, 한 아이에게는 다른 출판사 소곡집을 줘요. 그리고 이렇게 말해요. 이게 너한테 더 잘 맞는 책이야, 이거 치면 더 좋아. 거짓말은 아니에요. 소곡집은 출판사마다 곡 구성이 조금씩 달라서, 그 아이 손이나 취향에 맞는 쪽을 고르면 정말로 더 즐겁게 치거든요. 아이는 자기만 특별한 책을 받았다고 생각하고, 다른 아이 진도와 비교할 이유도 사라져요. 어머님들께는 미리 사정을 말씀드려서 집에서 어느 책이 더 어려운 거냐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게 부탁드리고요.
처음에는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어요. 그냥 같은 교재로 가르치면 저도 준비가 훨씬 편하니까요. 그런데 비교 때문에 한 아이가 피아노를 싫어하게 되는 걸 한 번이라도 보면 생각이 달라져요. 아이 입장에서 피아노는 가족 안에서 내가 잘하는 것, 내 것이어야 오래 가요. 형제랑 나란히 줄 세워지는 순간 그건 숙제가 되고 경쟁이 되거든요. 교재 몇 권 더 챙기는 수고로 그걸 막을 수 있다면 충분히 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레슨 시간과 칭찬도 따로
교재만큼 신경 쓰는 게 레슨 시간이에요. 가능하면 한 아이가 레슨받을 때 다른 아이는 옆에 있지 않게 해요. 한 아이가 레슨받는 걸 다른 아이가 옆에서 다 듣고 있으면, 선생님이 누구한테 더 많이 웃었는지까지 다 기억하거든요.
칭찬도 같은 기준으로 하지 않으려고 해요. 큰아이에게는 이번 곡 소리가 많이 깊어졌다고 말해 주고, 작은아이에게는 지난주보다 손 모양이 좋아졌다고 말해 주는 식이에요. 각자 지난주의 자기와 비교해서 칭찬하면, 굳이 옆 사람과 비교할 필요가 없어요. 어머님들께도 집에서 언니는 이만큼 하는데 같은 말은 되도록 피해 달라고 부탁드려요. 무심코 나온 한마디가 레슨 열 번보다 오래 남기도 하니까요.
다 이렇게 챙겨도 비교가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아요. 형제니까요. 어느 정도는 그냥 두고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는 것도, 가르치면서 알게 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