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를 배우는 아이들 중에는 혼자서는 연습을 못 하는 친구들이 생각보다 많아요. 집에 피아노가 있어도 뚜껑을 열면 뭘 쳐야 할지 모르고, 레슨 시간에 선생님 옆에서 같이 치는 게 그 주 연습의 전부인 경우도 있어요. 처음 레슨을 시작하는 아이라면 이상한 일이 아니에요. 그리고 이 차이가 레슨 횟수를 정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이 돼요.
레슨을 주 몇 번 받는 게 좋을지 묻는 학부모님이 많은데, 저는 횟수 자체보다 아이가 지금 어느 단계에 있는지, 혼자 연습할 수 있는 아이인지를 먼저 봐요. 같은 주 1회라도 어떤 아이에게는 충분하고, 어떤 아이에게는 배운 걸 다 잊어버리기 딱 좋은 간격이거든요.
기초 단계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매일’
바이엘이나 피아노 어드벤처처럼 기초 교재를 하는 아이들은 자주 오는 게 좋아요. 이 시기에는 오늘 배운 게 아직 손에 붙지 않은 상태예요. 계이름을 읽는 것도, 손 모양을 잡는 것도, 박자를 세는 것도 전부 새로 익히는 중이라 며칠만 지나도 금방 흐려져요.
일주일에 한 번 레슨을 받으면 지난주에 배운 걸 다시 떠올리는 데 레슨 시간의 절반을 쓰게 될 수도 있어요. 반대로 매일 조금씩이라도 피아노 앞에 앉으면 어제 배운 걸 오늘 한 번 더 확인하고, 그 위에 조금씩 새로운 걸 얹을 수 있어요. 기초 단계에서는 오래 치는 것보다 까먹지 않게 자주 만나는 게 훨씬 중요해요.
혼자 연습을 못 하는 아이라면 더 그래요. 집에서 연습이 안 되니 결국 레슨 시간이 유일한 연습 시간이에요. 이런 아이가 주 1회만 오면 실제로 피아노를 치는 시간이 일주일에 수십 분밖에 안 되는 셈이에요. 그래서 학원처럼 자주 와서 선생님과 함께 치는 시간이 쌓이는 게 이 시기에는 큰 도움이 돼요.
집에서 도와줄 수 있다면 길게 앉혀 두기보다 짧게 자주가 좋아요. 레슨 받은 날 저녁에 배운 부분을 한두 번만 다시 쳐 보게 하는 것, 레슨 없는 날에도 10분 정도 피아노 앞에 앉는 시간을 만들어 주는 것만으로도 다음 레슨 때 차이가 나요. 어린아이일수록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짧아서, 한 번에 30분을 채우는 것보다 10분씩 나눠서 치는 게 오히려 더 많이 남아요. 이때 잘 쳤는지 틀렸는지를 하나하나 지적하기보다는 그냥 들어 주는 정도가 아이 입장에서 부담이 덜해요.
다행인 건, 이 친구들도 시간이 지나면 혼자 연습할 수 있게 된다는 거예요. 처음에는 선생님이 옆에서 한 줄씩 짚어 줘야 치던 아이가, 어느 순간부터는 악보를 펴고 스스로 틀린 곳을 다시 쳐 보기 시작해요. 혼자 연습하는 힘은 타고나는 게 아니라 자주 쳐 본 시간 속에서 조금씩 생겨요.
주 1회 레슨이 맞는 아이
그럼 주 1회 레슨은 언제 괜찮을까요. 저는 곡을 스스로 연습할 줄 알고, 아주 성실한 아이에게만 권하고 싶어요.
곡이 어려워지면 레슨 시간보다 연습 시간이 압도적으로 중요해져요. 선생님은 레슨에서 어디를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 방향을 잡아 주는 거고, 실제로 손이 그 곡을 칠 수 있게 만드는 건 집에서 혼자 반복하는 시간이에요. 체르니 30번 이상이나 소나티네, 소나타처럼 곡이 길고 복잡해지면 한 곡을 완성하는 데 수십 시간의 연습이 필요해요. 이 시간은 레슨 횟수를 늘린다고 채워지지 않아요.
그래서 혼자서도 꾸준히 연습하는 아이라면 주 1회 레슨으로도 충분히 실력이 늘어요. 일주일 동안 스스로 연습해 온 걸 레슨에서 점검받고, 다음 주까지 고칠 부분을 받아 가는 흐름이 잘 돌아가거든요.
문제는 연습 습관이 아직 안 잡힌 아이가 주 1회 레슨을 받을 때예요. 레슨에서 받은 숙제를 집에서 안 하면 다음 주에도 같은 자리에서 다시 시작하게 돼요. 학부모님 입장에서는 몇 달째 같은 곡을 치고 있는 것처럼 보이고, 아이는 아이대로 진도가 안 나가니 재미를 잃기 쉬워요.
횟수를 정할 때 확인해 볼 것
레슨 횟수를 고민 중이라면 이렇게 확인해 보면 좋아요. 아이가 레슨이 없는 날에도 혼자 피아노 앞에 앉는지, 앉았을 때 그냥 아는 곡만 치는지 아니면 숙제로 받은 부분을 연습하는지, 틀린 곳을 스스로 찾아서 다시 쳐 보는지요. 이 세 가지가 어느 정도 된다면 횟수를 줄여도 괜찮고, 아직이라면 조금 더 자주 오는 쪽이 아이에게 맞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