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집에서는 하루에 몇 시간 연습시켜야 해요?” 새로 피아노를 시작한 아이의 부모님께 꼭 한 번은 듣는 질문이에요. 예전에는 저도 하루 30분, 한 시간 하는 식으로 숫자를 말씀드리곤 했어요. 그런데 요즘은 대답이 조금 달라졌어요. 집에서 피아노를 연습한다는 게 예전만큼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너무 잘 알게 됐거든요.
요즘 집에서 연습하기가 어려운 이유
가장 큰 이유는 소음이에요. 요즘은 대부분 아파트나 빌라 같은 공동주택에 살다 보니, 피아노 소리가 이웃에게 어떻게 들릴지 신경 쓰지 않을 수가 없어요. 피아노는 생각보다 소리가 크고 멀리 퍼지는 악기라서, 아이가 저녁에 한참 연습하다 보면 괜히 마음이 조마조마해지죠. 실제로 소음 때문에 집에 피아노를 두고도 제대로 치지 못한다는 부모님들이 정말 많아요.
그래서 디지털 피아노를 들이는 집도 많아요. 볼륨을 줄이거나 헤드폰을 끼면 소음 걱정이 훨씬 덜하니까요. 초급 단계에서는 이것도 충분히 좋은 방법이에요. 다만 실력이 올라가서 고급 수준으로 넘어간 친구들에게는 한계가 느껴지기 시작해요. 섬세한 강약이나 깊은 울림을 표현해야 하는 단계가 되면, 디지털 피아노가 마치 장난감처럼 느껴질 수 있거든요. 레슨실에서 일반 피아노로 표현하던 소리가 집에서는 잘 나오지 않으니, 아이 스스로도 답답해하는 경우가 있어요.
취미라면 학원에서 한 시간만 제대로 해도 괜찮아요
그렇다면 집에서 연습을 못 하면 실력이 안 늘까요? 저는 꼭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요. 전공을 준비하거나 대회를 앞둔 게 아니라면, 학원에서 하는 한 시간만 제대로 해도 괜찮다고 봐요.
여기서 중요한 건 제대로라는 말이에요. 학원에 와서 시간만 채우고 가는 것과, 그 한 시간 동안 오늘 배울 부분을 집중해서 연습하는 것은 전혀 달라요. 레슨에서 선생님께 들은 내용을 바로 이어서 여러 번 쳐보고, 틀린 부분을 따로 떼어 반복하고, 마지막에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서 쳐보는 식으로 짜임새 있게 보내면 한 시간도 결코 짧지 않아요. 오히려 집에서 혼자 틀린 채로 몇 시간씩 반복하는 것보다, 선생님이 바로 옆에서 봐주는 한 시간이 훨씬 효과적일 때가 많아요.
부모님들께서 집 연습 때문에 너무 부담을 느끼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소음 때문에 아이에게 조용히 하라고, 빨리 끝내라고 하면서 억지로 시키는 연습은 아이에게도 부모님에게도 스트레스만 남기거든요. 그럴 바에는 학원에서의 한 시간을 알차게 보내도록 응원해 주시는 편이 훨씬 나아요.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에요. 아이가 학원에서 돌아오면 “오늘은 몇 번 배웠어?”, “어느 부분이 제일 어려웠어?” 하고 한마디씩 물어봐 주세요. 피아노를 치지 않아도 오늘 배운 걸 말로 한 번 떠올리는 것만으로 아이 머릿속에서 복습이 되고, 부모님이 관심을 가져준다는 느낌이 다음 레슨에 대한 의욕으로 이어져요.
대회나 전공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져요
물론 예외는 있어요. 학원에서 대회를 준비하는 경우에는 상황이 달라져요. 대회가 잡히면 학원에서 알아서 연습 시간을 늘려서 하루에 두세 시간씩 연습을 시키기도 해요. 대회곡은 평소 레슨곡보다 훨씬 높은 완성도가 필요하고, 무대에서 실수 없이 치려면 손에 완전히 익을 때까지 충분히 반복해야 하니까요. 이 기간에는 아이도 평소보다 힘들지만, 그만큼 실력이 눈에 띄게 늘어나는 시기이기도 해요.
전공생은 두말할 것도 없어요. 전공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하루 연습량 자체가 완전히 다른 차원이에요. 기술과 곡의 완성도를 끌어올리려면 매일 몇 시간씩 꾸준히 연습하는 것이 기본이거든요. 이런 경우에는 집에 연습 환경을 제대로 갖추거나, 연습실을 따로 구하는 등 더 적극적인 준비가 필요해요.
아이의 목표에 맞는 연습량을
결국 하루 연습 시간에도 정답은 없어요. 아이가 피아노로 어디까지 가고 싶은지에 따라 달라질 뿐이에요. 취미로 즐겁게 배우는 아이라면 학원에서의 한 시간을 제대로 보내는 것으로 충분하고, 대회나 전공을 준비한다면 그에 맞게 연습량을 늘려야 해요.
그래도 집에 피아노가 있고 소음 걱정이 덜한 시간대가 있다면, 레슨에서 배운 곡을 한두 번 쳐보는 정도는 도움이 돼요. 길게 할 필요 없이 배운 걸 잊어버리지 않게 손에 한 번 올려두는 느낌으로요. 무엇보다 아이가 연습을 숙제처럼 느끼지 않고, 치고 싶을 때 편하게 피아노 앞에 앉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시는 게 가장 좋은 연습 환경이라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