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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델의 메시아는 단 24일 만에 완성된 곡이라는 게 사실일까

빚더미에 앉은 한물간 작곡가

1741년 여름, 게오르크 프리드리히 헨델은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었어요. 한때 런던에서 가장 잘나가는 오페라 작곡가였지만, 이탈리아 오페라 자체의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그가 이끌던 극단은 연이어 재정난에 빠졌어요. 라이벌 극단까지 등장하면서 경쟁은 더 치열해졌고, 결국 헨델은 빚더미에 앉아 채무자 감옥에 갈지도 모른다는 불안에 시달렸어요. 한때 유럽 최고의 음악가로 불리던 사람이 이제는 재기 불능이라는 소문까지 나돌 정도였죠.

그런 그에게 두 가지 계기가 동시에 찾아왔어요. 하나는 더블린의 여러 자선단체가 자선 공연을 위한 곡을 위촉한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오랜 협력자였던 찰스 제넨스가 성경 구절을 엮어 만든 대본을 건넨 것이었어요. 예수의 탄생부터 수난, 부활까지를 다룬 이 대본을 받아든 헨델은 마치 무언가에 홀린 사람처럼 곡을 쓰기 시작했어요. 사실 헨델은 이전에도 종교적 소재의 오라토리오를 여러 편 작곡한 경험이 있었지만, 이번만큼은 처한 상황 자체가 절박했던 만큼 몰입의 강도부터 달랐다고 해요.

먹지도 자지도 않고 써 내려간 260페이지

1741년 8월 22일부터 헨델은 하루 종일 작곡실에 틀어박혀 곡을 써 내려갔어요. 식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거의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작업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을 정도예요. 그렇게 시작한 지 정확히 24일 만인 9월 14일, 그는 260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악보를 완성했어요. 지금도 이 원고를 보면 수정한 흔적이 거의 없다시피 해서, 마치 머릿속에 이미 완성된 곡이 있었던 것처럼 단숨에 받아 적은 듯한 인상을 준다고 해요. 여기에 관현악 편성을 다듬는 데 이틀 정도를 더 썼다고 하니, 사실상 순수하게 곡의 뼈대를 완성하는 데는 채 한 달도 걸리지 않은 셈이지요.

이런 압도적인 속도 때문에 훗날 이 곡에는 신이 직접 영감을 불어넣었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까지 따라붙었어요. 실제로 헨델 본인이 작곡 도중 눈물을 흘리며 하늘의 문이 열리고 신을 본 것 같다는 말을 했다는 일화도 전해지는데, 사실 여부를 떠나 그만큼 이 곡이 예사롭지 않은 몰입 속에서 탄생했다는 건 분명해 보여요.

빚진 자들을 풀어준 첫 공연

이렇게 완성된 곡은 1742년 4월 더블린에서 처음 무대에 올랐어요. 런던이 아니라 더블린이었던 이유는, 애초에 이 곡이 그곳 자선단체들의 후원으로 시작된 자선 공연을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이에요. 첫 공연의 수익금은 채무자 감옥에 갇힌 사람들을 풀어주는 데 쓰였고, 실제로 이 공연 덕분에 백사십 명이 넘는 사람들이 빚을 갚고 감옥에서 풀려났다고 전해져요. 빚 때문에 절망에 빠져 있던 작곡가가 만든 곡이, 결국 다른 이들의 빚을 갚아주는 데 쓰였다는 사실은 지금 봐도 묘한 울림을 줘요. 당시 더블린 언론은 이 공연을 두고 지금껏 들어본 적 없는 최고의 음악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합니다.

정작 런던에서는 처음에 이 곡에 대한 반응이 그리 뜨겁지 않았어요. 대본을 쓴 제넨스조차 완성된 곡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고 해요. 하지만 더블린 공연이 대성공을 거두면서 헨델은 다시 런던으로 돌아갈 용기를 얻었고, 이후 이 곡은 점차 영국 전역에서 사랑받는 작품으로 자리 잡아갔어요.

절망 속에서 태어난 불멸의 곡

지금 이 곡은 서양 합창 음악 역사상 가장 자주 연주되는 작품으로 꼽혀요. 특히 클라이맥스를 장식하는 할렐루야 합창은 너무나 유명해서, 클래식을 잘 모르는 사람도 멜로디만 들으면 단번에 알아차릴 정도죠. 지금도 연말이 다가오면 전 세계 곳곳에서 이 곡을 합창하는 행사가 열리는데, 이런 전통이 이백팔십 년 넘게 이어져 오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놀라워요. 인생 최악의 시기에, 그것도 단 24일 만에 완성된 곡이 이렇게 오랜 세월 사랑받는 걸작이 됐다는 사실은, 절망이 때로는 가장 강렬한 창작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로 남아 있어요. 결국 사람을 가장 멀리, 가장 빠르게 움직이게 하는 힘은 여유가 아니라 절박함일지도 몰라요. 벼랑 끝에 몰렸던 한 작곡가가 24일 만에 쏟아낸 그 절박함이, 이백팔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으니까요.

참고: Interlude(interlude.hk) 헨델 메시아 작곡 배경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