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는 이 곡을 자기 작품 목록에 적으면서 초보자를 위한 작은 소나타라고 써 두었어요. 그래서인지 소나타 단계에 들어가는 아이들이 가장 먼저 만나는 곡 중 하나가 바로 피아노 소나타 16번, K.545예요. 다장조라 검은건반도 거의 없고, 첫 선율은 한 번 들으면 바로 따라 부를 수 있을 만큼 단순해요. 아이들도 어디서 들어 본 곡이라며 반가워하고요.
그런데 막상 레슨에 들어가면 초보자를 위한 곡이라는 말이 무색해져요. 단순해 보이는 만큼 숨을 데가 없는 곡이라서, 손가락이 조금만 고르지 않아도 바로 티가 나거든요. 왼손이 계속 같은 패턴으로 화음을 풀어 치는 반주도 처음엔 손목이 뻣뻣해지기 쉽고, 오른손이 위아래로 길게 달리는 음계 구간에서는 손가락 넘기는 자리에서 자꾸 소리가 울퉁불퉁해져요. 그래도 이런 부분은 시간을 들이면 대부분 넘어가요. 아이들이 진짜 오래 붙잡혀 있는 곳은 따로 있어요.
트릴 앞에서 멈추는 손
바로 트릴이에요. 두 음을 빠르게 번갈아 치는 꾸밈음인데, K.545 1악장에도 이 트릴이 나와요. 악보에는 tr이라는 작은 글자 하나만 적혀 있지만, 아이들에게는 이게 곡 전체에서 가장 큰 벽이에요.
트릴이 어려운 이유는 몇 가지가 있어요. 우선 손가락 힘이 고르지 않으면 두 음이 똑같은 크기와 간격으로 나오지 않아요. 특히 약한 손가락이 들어가면 한쪽 음이 묻혀 버리죠. 또 트릴을 몇 번 쳐야 하는지, 어느 음에서 시작해야 하는지도 아이들에게는 헷갈리는 부분이에요. 모차르트 시대에는 보통 위의 음에서 트릴을 시작하는데, 지금까지 배운 곡에서는 원래 음부터 쳤으니까 손이 자꾸 반대로 가요.
그런데 가장 큰 문제는 따로 있어요. 트릴에 신경을 쓰느라 곡의 흐름이 끊긴다는 거예요. 앞 마디까지는 잘 오다가 트릴 자리에서 손이 멈칫하고, 트릴을 치고 나서도 다음 음으로 넘어갈 때 박자가 늘어져요. 듣는 사람에게는 그 한 마디가 곡 전체를 덜컹거리게 만들어요. 아이들 스스로도 거기서 꼭 걸린다는 걸 알아서, 트릴이 다가오면 표정부터 긴장하고요.
아이 손에 맞게 트릴을 바꿔 주기
그래서 저는 트릴을 아이에 맞게 변형해서 가르쳐요. 처음부터 악보에 맞는 빠르고 긴 트릴을 요구하지 않고, 지금 그 아이 손이 흐름을 끊지 않고 칠 수 있는 만큼으로 줄여 주는 거예요.
손이 아직 약한 아이에게는 트릴을 몇 개의 음으로만 짧게 치게 해요. 두 음을 길게 떨지 않고, 위 음과 원래 음을 정해진 리듬 안에서 몇 번만 오가는 거예요. 이렇게 하면 박자 안에 딱 맞게 들어가니까 앞뒤 흐름이 그대로 이어져요. 손가락이 조금 더 따라오는 아이에게는 음 개수를 하나씩 늘려 가요. 처음엔 네 개, 익숙해지면 여섯 개, 그다음엔 여덟 개 하는 식으로요. 어떤 아이는 한 달 만에 원래 트릴까지 가고, 어떤 아이는 무대에 설 때까지 짧은 버전으로 쳐요.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솔직히 처음 가르치던 시절에는 악보에 적힌 대로 정확하게 치게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트릴이 안 되면 될 때까지 그 마디만 붙잡고 있었는데, 그러다 보면 아이는 트릴 하나 때문에 곡 전체가 싫어지더라고요. 트릴이 조금 짧아도 곡이 자연스럽게 흐르는 연주가, 트릴은 길지만 거기서 덜컹거리는 연주보다 훨씬 음악적으로 들려요. 꾸밈음은 말 그대로 꾸밈이니까요. 곡의 흐름을 해칠 만큼 매달릴 일은 아니라는 걸,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알게 됐어요.
연습할 때도 트릴만 따로 떼어 치게 하지는 않아요. 트릴 바로 앞 한 마디와 뒤 한 마디를 같이 붙여서, 들어가고 나오는 순간까지 한 덩어리로 연습해요. 메트로놈을 느리게 켜 놓고 박자 안에 트릴을 넣었다가 빠져나오는 감각을 먼저 익히면, 속도를 올려도 흐름이 덜 무너져요.
트릴 손가락도 아이마다 다르게 정해 줘요. 보통은 악보에 적힌 운지를 따르지만, 4번과 5번처럼 약한 손가락 조합으로는 도저히 고르게 안 되는 아이도 있어요. 그럴 땐 2번과 3번처럼 힘 있는 손가락으로 바꿔서 치게 해요. 손가락을 바꾼 것만으로 소리가 확 고르게 나오는 경우가 많아요.
1악장을 넘기면 2악장이 기다리고 있어요. 이번엔 빠른 손가락이 아니라 느리게 노래하는 선율이 문제인데, 아이들이 오히려 이쪽을 더 어려워하기도 해요. 그건 또 다른 이야기라 다음에 따로 적어 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