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소곡집 고르는 기준, 출판사보다 아이가 버틸 수 있는 수준이 먼저예요

서점 피아노 교재 코너에 가 보면 소곡집이 정말 많아요. 출판사도 여러 곳이고, 표지마다 쉬운 명곡, 인기 동요, 처음 만나는 클래식 같은 말이 붙어 있어서 처음 고르는 분들은 어디서부터 봐야 할지 막막해하세요. 학부모님들도 어느 출판사 책이 제일 좋으냐고 물어보시는 경우가 많은데, 레슨을 오래 해 보니 저는 출판사는 생각보다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느껴요.

출판사 이름보다 먼저 볼 것

소곡집은 결국 아이가 지금 치는 진도에 맞춰서 곡을 즐겁게 쳐 보게 하려고 같이 쓰는 책이에요. 그러니까 어느 회사 책이냐보다 지금 이 아이 손에 맞는 곡들이 들어 있느냐가 훨씬 중요해요. 같은 출판사 책이라도 권마다 난이도가 꽤 다르고, 다른 출판사 책인데도 거의 비슷한 수준의 곡들이 실려 있는 경우도 많거든요.

그래서 저는 책을 고를 때 표지보다 안을 먼저 넘겨 봐요. 첫 곡과 마지막 곡의 차이가 얼마나 나는지, 양손이 언제부터 같이 나오는지, 왼손 반주가 어떤 식으로 붙어 있는지를 봐요. 몇 페이지만 넘겨 봐도 이 책이 지금 아이한테 맞을지 대충 감이 와요. 아이가 아는 곡이 많이 들어 있으면 연습할 때 훨씬 신나 하니까 그것도 같이 봐요. 처음 듣는 곡은 악보만 보고 음을 맞춰 가야 하지만, 아는 노래는 귀가 먼저 길을 알려 주니까 틀린 음도 스스로 알아채기 쉬워요.

동요집이라고 다 쉬운 건 아니에요

많은 분들이 동요집은 쉬운 책, 소곡집은 그다음 단계라고 생각하세요. 큰 흐름은 맞아요. 보통 동요집으로 시작해서 조금씩 더 어려운 소곡집으로 넘어가요. 그런데 실제로 가르쳐 보면 그 경계가 딱 나뉘지는 않아요.

동요집도 편곡에 따라 꽤 어렵게 나온 책이 있어요. 멜로디는 다 아는 노래인데 반주가 화려하게 붙어 있거나, 손이 자주 옮겨 다니게 편곡되어 있으면 아이 입장에서는 소곡집 못지않게 힘들어요. 그리고 그런 동요집을 충분히 소화하는 친구들도 분명히 있어요. 그러니까 동요집이라서 쉽고 소곡집이라서 어렵다기보다는, 책 안에 들어 있는 곡의 수준을 봐야 하는 거예요.

이 부분은 학부모님들이 가장 많이 오해하시는 지점이기도 해요. 아이가 아직 동요집을 치고 있으면 진도가 느린 건 아닌지 걱정하시는데, 레슨하는 제 입장에서는 오히려 그 동요집을 얼마나 편하게 치는지가 더 궁금해요. 쉬운 책을 매끄럽게 치는 아이가 어려운 책을 버벅이며 치는 아이보다 다음 단계에서 훨씬 덜 지치는 경우가 많거든요.

힘들어하면 한 단계 옆으로 가 보기

소곡집으로 넘어갔는데 아이가 유난히 힘들어할 때가 있어요. 곡 하나 끝내는 데 너무 오래 걸리고, 연습해 와도 계속 같은 데서 막히고, 레슨 시간에 표정이 굳어 있으면 저는 무리해서 그 책을 밀고 나가지 않아요. 대신 두꺼운 동요집으로 돌아가서 곡을 더 많이 쳐 보게 해요.

두꺼운 동요집은 비슷한 수준의 곡이 많이 들어 있어서, 아이가 같은 단계 안에서 손을 충분히 익히기 좋아요. 새 곡을 계속 만나니까 지루하지도 않고, 아는 노래가 많아서 집에서 혼자 연습할 때도 덜 막막해해요. 그렇게 곡 수를 쌓다 보면 손이 자연스럽게 따라오고, 그때 다시 소곡집으로 넘어가면 처음보다 훨씬 수월하게 들어가요.

학부모님들 중에는 동요집으로 돌아가는 걸 뒤로 가는 걸로 느끼시는 분도 있어요. 그런데 이건 뒤로 가는 게 아니라 옆으로 넓게 다지는 거예요. 위로만 올라가면 어느 순간 손이 못 따라가는 구간이 오는데, 같은 높이에서 곡을 여러 개 쳐 본 아이는 그 구간을 비교적 덜 힘들게 넘어가요.

책을 바꾸기 전에 확인하는 것

새 소곡집으로 넘어갈 때는 지금 책에서 마지막 몇 곡을 아이가 어떻게 치는지 봐요. 악보를 보면서 크게 멈추지 않고 끝까지 갈 수 있고, 박자가 흐트러지지 않는다면 다음 책으로 넘어가도 괜찮다는 신호예요. 반대로 마지막 몇 곡에서 계속 멈추고 손가락이 꼬인다면, 같은 수준의 책을 한 권 더 쳐 보는 게 나아요.

소곡집은 바이엘이나 피아노 어드벤처 같은 기본 교재와 같이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기본 교재 진도보다 한 발 정도 뒤에서 따라가는 수준으로 고르면 아이가 부담 없이 즐기기 좋아요.

출처: 교보문고 피아노 교재 분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