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오래 쉬었다 다시 시작하면? 어디까지 배웠느냐가 중요한 이유

피아노를 쉬었다가 다시 시작하면 얼마나 남아 있을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쉰 기간보다 어디까지 배우고 멈췄는지에 따라 훨씬 크게 달라져요. 똑같이 2년을 쉬었어도 어떤 사람은 몇 주 만에 예전 감각을 되찾고, 어떤 사람은 거의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해요.

기초 단계에서 멈췄다면 생각보다 금방 잊어요

바이엘이나 피아노 어드벤처 같은 기초 교재를 하다가 그만둔 경우에는 남는 게 많지 않아요. 이 단계에서 배우는 건 계이름 읽기, 손가락 번호, 박자 세기처럼 아직 몸에 자리 잡지 않은 것들이에요. 매일 반복해야 겨우 익숙해지는 것들이라, 몇 달만 손을 놓아도 금방 흐려져요.

그래서 기초 단계에서 쉬었다가 다시 온 아이들은 대부분 앞부분부터 다시 훑어야 해요. 원래 하던 페이지를 펼치면 악보가 낯설게 느껴지고, 손도 어디에 놓아야 할지 헷갈려 해요. 다행히 한 번 배웠던 내용이라 처음 배울 때보다는 빨리 따라와요. 다만 그 시간만큼 진도는 다시 뒤로 가는 셈이에요.

꽤 배웠는데도 손 모양이 안 잡힌 채 멈췄다면

더 아쉬운 경우는 꽤 오래 배웠는데 손 모양이 완성되기 전에 그만둔 경우예요. 몇 년 동안 배워서 곡도 제법 쳤다고 하는데, 손가락 모양이나 손목 높이가 아직 자리 잡지 않은 상태에서 멈춘 거예요.

이런 분들이 성인이 되어서 다시 피아노를 배우러 오면 손 모양 잡기가 정말 힘들어요. 어린아이 손은 말랑말랑해서 바른 모양을 잡아 주면 금방 따라오는데, 어른 손은 이미 굳어 있어요. 거기에 예전에 배운 잘못된 습관까지 남아 있으면 그걸 먼저 풀어내야 해요. 손가락 첫 마디가 꺾이는 습관, 손목이 건반 아래로 처지는 습관, 손가락을 납작하게 펴고 치는 습관 같은 것들이요. 머리로는 곡을 기억하는데 손이 따라 주지 않으니 본인도 답답해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저는 피아노를 배우는 분들께 될 수 있으면 취미로 곡을 칠 수 있을 정도까지는 3개월 이상 쉬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해요. 손 모양과 기본 테크닉이 몸에 완전히 붙기 전까지는 쉬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다시 시작하는 데 드는 시간도 길어지거든요. 반대로 그 단계를 넘긴 뒤라면 몇 달 쉬었다 와도 손이 기억하는 게 많아서 회복이 빨라요.

배웠다 쉬었다를 반복하는 아이들

아이들 중에는 몇 달 다니다 쉬고, 다시 왔다가 또 쉬는 친구들이 있어요. 방학 동안 쉬거나, 다른 학원 일정 때문에 잠깐 빠지거나, 이사나 집안 사정으로 끊기기도 하고요. 이런 친구들은 안타깝게도 진도가 제자리예요.

다시 올 때마다 잊어버린 부분을 복습하는 데 시간을 쓰다 보니, 앞으로 나갈 즈음에 또 쉬게 돼요. 결과적으로 같은 교재의 같은 부분을 몇 번씩 반복하게 되는데, 이게 아이에게도 좋지 않아요. 이미 본 곡을 또 치니 지루하고, 진도가 안 나가니 피아노가 재미없다고 느끼기 쉬워요. 그렇게 흥미를 잃으면 또 쉬게 되고요.

잠깐 쉬어야 하는 사정이 있다면, 레슨은 쉬더라도 집에서 아는 곡을 가끔이라도 치게 해 주는 게 좋아요. 일주일에 한두 번, 10분이라도 피아노 앞에 앉으면 손이 완전히 잊어버리는 걸 꽤 막을 수 있어요. 레슨 없이 새로운 걸 배우기는 어렵지만, 이미 배운 걸 유지하는 건 혼자서도 충분히 할 수 있어요.

다시 시작한다면 이렇게

오래 쉬었다가 다시 피아노를 시작하는 분이라면, 마지막으로 치던 곡이나 교재부터 바로 이어 가기보다 한두 단계 낮은 곡부터 시작하는 게 좋아요. 예전에 쳤던 곡이라도 손이 기억하는 속도와 머리가 기억하는 속도가 달라서, 처음에는 생각보다 손이 따라오지 않거든요. 쉬운 곡으로 손을 먼저 풀어 주면 굳어 있던 손가락이 금방 제자리를 찾아요.

오랜만에 피아노 앞에 앉으면 반가운 마음에 한 번에 오래 치고 싶어지는데, 쉬는 동안 손가락 근육도 같이 약해져 있어서 갑자기 무리하면 손목이나 손가락이 금방 아파요. 하루에 짧게 치더라도 매일 이어 가는 쪽이 손이 다시 돌아오는 데 훨씬 효과적이에요.

성인이라면 특히 손 모양을 다시 점검받는 시간을 아끼지 않는 게 좋아요. 곡을 빨리 치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손 모양이 바로잡히지 않은 채로 다시 진도를 나가면 예전에 막혔던 지점에서 또 막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