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흐가 자녀를 20명이나 낳은 이유와 놀라운 가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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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흐 하면 다들 《토카타와 푸가》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뭐 이런 곡부터 떠올릴 텐데, 나는 이 사람이 애를 스무 명이나 낳았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가 더 충격이었다. 진짜 처음엔 오타인 줄 알았다. 스무 명이라니.

두 번의 결혼, 스무 명의 아이들

바흐는 결혼을 두 번 했다. 첫 번째 부인 마리아 바르바라랑 일곱 명, 두 번째 부인 안나 막달레나랑 열세 명. 합치면 스무 명이다. 이거 알고 나니까 “다작 작곡가”라는 말이 좀 다르게 들리더라. 곡도 그렇게 많이 썼는데 집에 애가 스무 명이었다고? 대체 작곡은 언제 한 거지 싶다. 밤에 애들 다 재우고 나서야 오선지 앞에 앉았으려나. 지금이야 육아 하나만으로도 벅차다는 얘기가 많은데, 그 시절 이 정도 규모의 가정을 꾸리면서 동시에 작곡가로서 커리어까지 이어갔다는 게 상상이 잘 안 된다.

근데 여기서 좀 마음이 무거워지는 부분이 있다. 스무 명 중에 어른까지 살아남은 건 열 명 정도밖에 안 된다. 그 시대엔 애들이 어릴 때 많이 세상을 떠나는 게 흔한 일이었다고는 하는데, 그래도 숫자로 딱 보면 마음이 좀 그렇다. 부부가 절반 가까이 되는 아이를 먼저 보냈다는 건데, 그 슬픔이 어느 정도였을지는 감히 상상도 잘 안 간다. 이 얘기 찾아보다가 잠깐 먹먹해졌다.

아버지의 그늘에서 자기 색깔을 만든 아들들

그런데 또 신기한 건, 살아남은 아이들 중에 음악 재능 물려받은 애들이 꽤 있었다는 거다. 큰아들 빌헬름 프리데만 바흐는 오르간 연주자 겸 작곡가로 이름을 남겼고, 둘째 아들 카를 필리프 에마누엘은 심지어 당대엔 아버지보다 더 유명했다고 한다. 하이든이랑 모차르트가 이 사람 음악에서 영향받았다는 얘기도 있다. 이거 좀 신기하지 않나. 아버지가 그렇게 거대한 존재인데 그 그늘에서 자기 색깔을 만들어냈다는 거니까. 이 집안 유전자는 뭔가 다른가 싶다.

막내 계열로 가면 요한 크리스티안 바흐도 있는데, 이 사람은 아예 런던으로 건너가서 활동했다. 그리고 어린 모차르트가 런던 여행 갔다가 이 사람 음악 듣고 크게 영향을 받았다는 기록이 있다. 모차르트가 존경한 음악가 목록에 “바흐의 아들”이 껴 있다는 게 생각할수록 재밌다. 아버지가 워낙 크니까 자식들은 묻히기 쉬운데, 이 정도면 진짜 집안 전체가 음악 명가라고 불러도 될 것 같다. 한 집안에서 이렇게 여러 세대에 걸쳐 각자 다른 스타일의 음악가가 나왔다는 자체가, 재능이라는 게 단순히 타고나는 것만이 아니라 환경과 교육의 힘도 크다는 걸 보여주는 것 같다.

연습곡이 명곡이 된 집 안 풍경

집 안 풍경도 좀 상상하게 된다. 바흐가 애들한테 직접 음악을 가르쳤다고 하고, 남아있는 교육용 작품 중 일부는 원래 자기 아들 연습용으로 쓴 거라고 한다. 그러니까 지금 우리가 명곡이라고 떠받드는 곡 중 몇 개는 원래 그냥 집에서 애 피아노 연습시키려고 쓴 거였다는 거다. 이거 알고 나니까 좀 웃기다. 한쪽에선 애가 울고, 한쪽에선 누가 삑사리 내며 연습하고, 그 와중에 아버지는 조용히 앉아서 곡을 쓰고 있었을 걸 생각하면 그림이 그려지면서 웃음이 난다.

악보를 필사한 두 번째 부인, 안나 막달레나

두 번째 부인 안나 막달레나 얘기도 하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이 사람, 그냥 애 많이 낳은 아내로만 남은 게 아니다. 바흐 악보 정리하고 필사하는 걸 실제로 도맡아 했다고 한다. 지금 남아있는 바흐 악보 중에 이 사람 필체로 쓰인 게 꽤 많다고 하니까, 이 사람도 음악사에 조용히 자기 몫을 남긴 셈이다. 대가족 건사하면서 남편 일까지 도왔다니, 이 집 전체가 음악에 인생을 갈아 넣은 느낌이랄까.

이런 얘기들 알고 나니까 바흐라는 이름이 그냥 한 사람 이름이 아니라 몇 대에 걸친 가족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스무 명이라는 숫자는 지금 기준으로 보면 그냥 말이 안 되는 숫자인데, 그 안에서 몇 명이 각자 자리에서 이름을 남겼다는 거 생각하면 유전이라는 게 참 무섭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다. 다음에 바흐 음악 들을 땐, 이 시끌벅적했을 대가족 풍경도 한 번쯤 생각 날 것 같다. 조용하고 근엄한 종교음악가 이미지 뒤에, 이렇게 북적이고 시끄러운 일상이 있었다는 게 오히려 더 인간적으로 느껴진다.

참고: Britannica – Johann Sebastian Bach, CMUSE – 20 Well-Tempered Children by J.S. Ba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