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만 가르칠 것 같은 피아노 레슨실에도 어른 수강생들이 꽤 찾아와요. 어릴 때 배우다 그만둔 게 늘 마음에 남아 있었다는 분, 아이가 치는 모습을 보고 나도 해보고 싶어졌다는 분, 교회에서 찬송가 반주를 하고 싶다는 분까지 이유도 다양하죠. 어른이 되어 스스로 배우겠다고 찾아오신 분들을 만나면 가르치는 저도 괜히 설레요.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본인이 원해서 온 거니까요.
그런데 성인 수강생을 가르치다 보면 아이들과는 전혀 다른 어려움을 만나게 돼요. 오랫동안 두 쪽을 모두 가르쳐 보면서 느낀 차이를 솔직하게 이야기해 볼게요.
예전에 배운 적 있는 어른과 처음 배우는 어른은 달라요
성인 수강생이라고 다 같지는 않아요. 어릴 때 피아노를 배운 적이 있는 분들은 아이들만큼은 아니어도 나름 손목이 부드러워요. 오래 쉬었더라도 손이 건반 위에서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를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거든요. 몇 주만 지나면 예전 감각이 조금씩 돌아오는 게 보여요.
반면 성인이 되어 피아노를 처음 접하는 분들은 몸 전체가 굳어 있는 경우가 많아요. 건반 하나를 누르는데도 어깨가 올라가고, 팔과 손목에 힘이 잔뜩 들어가서 마치 피아노를 온몸으로 치는 느낌이 들어요. 잘 치고 싶은 마음이 클수록 몸은 더 굳어지고요.
그래서 처음 배우는 성인에게 가장 힘든 건 의외로 힘 빼는 연습이에요. 아이들은 몸이 유연해서 금방 따라오는 부분인데, 어른들은 힘을 빼라고 말씀드려도 어디에 어떻게 힘이 들어가 있는지 스스로 느끼기가 어려워요. 저도 이 부분을 가르칠 때가 제일 오래 걸렸어요. 팔을 툭 떨어뜨려 보게 하고, 손목을 가볍게 흔들어 보게 하면서 조금씩 힘이 빠지는 감각을 찾아가도록 도와드려요.
아이들보다 오래 걸리는 기초, 그리고 연습량
두 번째 차이는 연습량이에요. 아이들은 어쨌든 해야 하니까 꾸준히 해요. 1학년, 2학년, 3학년 이렇게 세월이 지나는 동안 조금씩이라도 계속 쌓여가죠. 그런데 어른들은 사정이 달라요. 회사 일이 바쁘거나 집안에 일이 생기면 피아노가 가장 먼저 뒤로 밀려나요. 결국 한 주 동안 한 번도 연습하지 못하고 레슨만 받으러 오시는 경우도 생기고요.
문제는 피아노가 기초를 다지는 데 원래 오래 걸리는 악기라는 거예요. 게다가 성인은 아이들보다 기초를 익히는 데 더 오래 걸리는 편이에요. 손이 굳어 있고, 연습 시간은 부족하니 진도가 생각만큼 나가지 않죠. 그러다 보니 인내심이 부족한 경우에는, 자기가 좋아하는 곡을 빨리 배우지 못한다는 이유로 쉽게 포기하시기도 해요. 처음에 그렇게 설레는 마음으로 오셨던 분이 몇 달 만에 그만두실 때면 가르치는 입장에서 정말 아쉬워요.
어른에게는 코드와 반주부터 시작하는 실용음악을
그래서 저는 성인 수강생에게는 아이들과 다른 길을 권해 드려요. 바이엘과 체르니로 이어지는 전통적인 클래식 과정보다, 코드를 먼저 배우고 반주하는 법부터 익히는 실용음악 쪽이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코드는 여러 음을 한 덩어리로 묶어 부르는 이름이에요. 도미솔을 C코드, 라도미를 Am코드 하는 식이죠. 몇 가지 기본 코드만 익혀도 오른손으로 멜로디를 치고 왼손으로 코드를 짚으면서, 좋아하는 가요나 팝송을 꽤 그럴듯하게 칠 수 있어요. 연습곡을 몇 달씩 치고 나서야 겨우 곡다운 곡을 치는 것보다, 처음부터 내가 아는 노래를 직접 쳐보는 경험이 어른들에게는 훨씬 큰 동기부여가 돼요. 이렇게 재미를 느끼면서 이어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연습 시간도 늘어나고요.
찬송가가 목표라면 찬송가로 바로 배우세요
교회에서 찬송가 반주를 하는 게 목표인 분들도 많이 오세요. 이런 분들께는 기초 실력이 조금 쌓이면 바로 찬송가를 직접 배우시라고 추천드려요.
찬송가는 대부분 네 개의 성부가 함께 움직이는 비슷한 구조로 되어 있어서, 곡마다 일정한 패턴이 있어요. 처음 몇 곡은 어렵게 느껴지지만, 배우다 보면 그 패턴이 손에 익으면서 새로운 찬송가도 훨씬 빨리 칠 수 있게 돼요. 목표로 하는 곡을 직접 연습하니 동기부여도 확실하고, 실제로 교회에서 쓸 수 있는 실력이 금방 쌓이죠.
어른이 되어 피아노를 시작하는 건 결코 늦은 일이 아니에요. 다만 아이들과 같은 방법으로 같은 속도를 기대하면 지치기 쉬워요. 나에게 맞는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에 맞는 방법으로 조금씩 즐기면서 가다 보면, 어느새 좋아하는 곡을 편하게 치고 있는 자신을 만나게 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