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상담 오신 어머님들이 꼭 물어보시는 질문이 있어요. “요즘은 바이엘 말고 어드벤처로 많이 한다던데, 어떤 게 더 좋아요?” 예전에는 피아노를 배운다고 하면 누구나 바이엘부터 시작했는데, 요즘은 피아노 어드벤처로 시작하는 아이들도 정말 많아졌어요. 두 교재로 모두 아이들을 가르쳐 보면서 느낀 차이를 솔직하게 적어 보려고 해요.
두 교재는 출발점부터 달라요
바이엘은 독일의 작곡가이자 피아노 교육자였던 페르디난트 바이어가 19세기 중반에 펴낸 입문 교재예요. 우리나라에서는 오랫동안 피아노 입문의 대명사처럼 쓰였죠. 가운데 도를 중심으로 음을 하나씩 익히고, 짧은 연습곡을 차례대로 치면서 악보 읽기와 손가락 기초를 단단하게 다져 가는 구성이에요.
피아노 어드벤처는 미국의 낸시 페이버와 랜들 페이버 부부가 만든 교재예요. 프라이머 단계부터 레벨 1, 2A, 2B처럼 단계가 나뉘어 있고, 그림과 노래, 반주가 함께 들어 있어서 아이들이 처음부터 음악을 즐겁게 받아들이도록 짜여 있어요. 음 이름 하나하나보다 음과 음 사이의 거리, 리듬, 곡의 분위기를 먼저 느끼게 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요.
체르니에 들어가면 차이가 확 드러나요
입문 단계에서는 두 교재 모두 아이들이 잘 따라와요. 차이가 뚜렷하게 보이는 건 체르니에 들어갔을 때예요.
바이엘을 치고 올라온 친구들은 체르니에 들어갔을 때 악보 보는 속도가 빨라요. 처음 보는 악보를 바로 읽고 쳐 내는 초견도 좋은 편이고요. 무엇보다 정박자를 잘 지켜요. 바이엘이 한 음 한 음 정확하게 읽고 박자대로 치는 연습을 꾸준히 시키는 교재라서, 그 습관이 체르니까지 그대로 이어지는 것 같아요.
어드벤처로 배운 친구들은 리듬감이 정말 좋아요. 곡에 맞춰 몸을 흔들기도 하고, 배운 곡을 자기 식으로 바꿔서 쳐 보기도 해요. 창의력을 키우는 데는 확실히 어드벤처가 좋다고 느껴요. 그런데 이 친구들이 체르니에 들어가면 힘들어하는 부분이 있어요. 체르니는 악보에 적힌 그대로 받아들이고 똑같이 반복해서 연습해야 하는 교재인데, 그 방식을 답답해하는 거예요. 자유롭게 음악을 느끼며 배우다가 갑자기 정해진 틀 안에서 연습하려니 적응이 쉽지 않은 거죠.
솔직히 이 모습을 볼 때 마음이 조금 복잡해요. 어드벤처로 즐겁게 배우던 아이가 체르니 앞에서 표정이 굳어 가는 걸 보면, 이 아이가 가진 좋은 감각을 굳이 다른 틀에 억지로 맞추고 있는 건 아닌가 싶거든요.
그래서 저는 이렇게 권해요
어드벤처로 시작한 친구들은 가능하면 어드벤처 단계를 계속 이어 가는 걸 추천해요. 교재 안에서 난이도가 꾸준히 올라가고, 아이가 가진 리듬감과 창의력을 살리면서 실력을 쌓을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현실적으로 고민되는 부분이 있어요. 어머님들 중에는 체르니에 들어가는 걸 원하시는 분이 많아요. 어드벤처로만 쭉 나가면 우리 아이가 지금 어느 정도 수준인지 잘 모르겠다고 답답해하시거든요. 체르니 100번, 30번처럼 번호로 나뉘어 있으면 주변 아이들과 비교하기도 쉽고 진도가 눈에 보이는데, 어드벤처 레벨은 익숙하지 않으시니 그럴 만도 해요.
이럴 때 저는 두 교재를 함께 병행해요. 어드벤처로 음악적인 감각과 재미를 이어 가면서, 체르니로 악보를 정확하게 읽고 정박자를 지키는 연습을 조금씩 더하는 거예요. 한쪽만 할 때보다 부담이 적고, 아이도 어머님도 만족하시는 경우가 많았어요.
교재보다 중요한 건 아이에게 맞는 길
바이엘과 어드벤처 중 어느 쪽이 더 좋은 교재라고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려워요. 바이엘은 악보 읽기와 정박자라는 기초를 단단하게 만들어 주고, 어드벤처는 음악을 즐기는 마음과 리듬감을 키워 줘요. 아이가 차분하게 하나씩 익히는 걸 좋아하는지, 소리를 느끼고 표현하는 걸 좋아하는지에 따라 잘 맞는 교재가 달라요.
혹시 지금 교재 선택을 고민하고 계신다면, 주변에서 어떤 걸 많이 한다는 이야기보다 우리 아이가 어떤 방식에서 더 즐거워하는지를 먼저 떠올려 보세요. 그리고 나중에 체르니까지 생각하고 계신다면, 처음 상담할 때 선생님께 그 계획을 미리 말씀해 주시면 교재 순서를 훨씬 편하게 잡을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