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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이 유난히 약한 아이, 레슨에서 따로 연습시키는 방법

왼손이 약한 건 이상한 게 아니에요

오른손잡이 아이들이 피아노를 배우면 거의 예외 없이 왼손이 뒤처져요. 평소 숟가락도 연필도 오른손으로 쓰니까 당연한 일이에요. 게다가 초급 교재를 보면 멜로디는 대부분 오른손이 맡고, 왼손은 한두 음을 길게 누르거나 간단한 화음을 받쳐 주는 역할이에요. 오른손은 매주 새로운 걸 배우는데 왼손은 같은 자리에서 쉬고 있으니, 시간이 지날수록 차이가 벌어질 수밖에 없죠.

문제는 이 차이가 눈에 띄기 시작하는 시점이에요. 바이엘 후반이나 체르니 100번에 들어가면 왼손에도 움직이는 음형이 나오기 시작하는데, 이때 많은 아이들이 갑자기 벽에 부딪혀요. 오른손은 술술 가는데 왼손이 따라오지 못하니까 양손을 맞추면 속도가 반으로 떨어져요. 아이 입장에서는 이유를 모르니 그냥 이 곡이 어렵다고 느끼고요.

왼손이 약할 때 나타나는 모습

레슨에서 보면 왼손이 약한 아이들은 몇 가지 공통점이 있어요. 먼저 왼손 소리가 너무 작거나 반대로 너무 커요. 힘 조절이 안 되니까 아예 살살 누르거나, 아니면 손 전체로 쾅 내려치는 거예요. 그리고 4번, 5번 손가락이 특히 힘이 없어서 건반을 누를 때 손가락 마디가 안쪽으로 꺾여 들어가요. 오른손에서는 이미 고쳐 놓은 손 모양이 왼손에서는 그대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아요.

또 하나는 왼손이 나오는 부분에서 눈이 악보를 놓친다는 거예요. 낮은음자리표 읽기가 높은음자리표보다 느린 아이들이 많은데, 읽는 게 느리니 손도 망설이고, 손이 망설이니 박자가 밀려요. 왼손 연습이라고 하면 손가락 힘만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 악보 읽기까지 같이 봐야 해요.

솔직히 저도 처음 가르칠 때는 왼손이 약한 걸 그렇게 심각하게 보지 않았어요. 양손으로 계속 치다 보면 자연스럽게 따라오겠지 싶었거든요. 그런데 그렇게 넘어간 아이들이 소나티네쯤 가서 크게 고생하는 걸 몇 번 보고 나니 생각이 바뀌었어요. 왼손은 기다린다고 따라오지 않더라고요. 따로 시간을 내서 챙겨 줘야 해요.

레슨에서 왼손만 따로 챙기는 방법

가장 기본은 새 곡을 받으면 왼손부터 먼저 치게 하는 거예요. 아이들은 보통 멜로디가 있는 오른손부터 치고 싶어 하는데, 순서만 바꿔도 왼손에 들어가는 연습량이 확 늘어요. 왼손을 먼저 익혀 두면 양손을 맞출 때 오른손을 따라가느라 허둥대는 일도 줄어요.

왼손 부분은 제가 오른손 멜로디를 쳐 주고 아이는 왼손만 맞춰서 치게 해요. 혼자 왼손만 치면 무슨 곡인지 감이 안 와서 재미가 없는데, 선생님이 멜로디를 얹어 주면 내가 지금 이 노래의 바닥을 깔고 있구나 하는 느낌이 들거든요. 아이들이 의외로 이걸 좋아해요. 듀엣 하는 기분이라고요.

손가락 힘은 짧은 연습으로 매일 조금씩 키워요. 왼손 4번과 5번만 번갈아 천천히 누르면서, 손가락 첫 마디가 꺾이지 않게 버티는 연습이에요. 한 번에 오래 시키면 손이 금방 아파서 하루 1분, 2분 정도로 짧게 해요. 하농을 하는 아이라면 왼손만 따로 한 번 더 치게 하기도 하고요.

왼손이 어느 정도 움직이기 시작하면 그다음은 소리의 균형이에요. 반주를 맡은 왼손은 멜로디보다 한 단계 작게 쳐야 노래가 살아나는데, 이제 막 왼손에 자신감이 붙은 아이들은 오히려 왼손을 너무 크게 쳐서 멜로디를 덮어 버리기도 해요. 그래서 양손을 맞출 때는 오른손은 노래하는 사람, 왼손은 뒤에서 받쳐 주는 사람이라고 역할을 나눠서 설명해 줘요. 같은 구간을 왼손을 크게 한 번, 작게 한 번 쳐서 들려주면 아이들도 어느 쪽이 더 듣기 좋은지 금방 알아요.

집에서는 굳이 피아노 앞이 아니어도 왼손을 쓰게 하는 방법이 있어요. 책상 위에서 왼손 손가락으로 하나씩 톡톡 두드리기, 왼손으로 작은 공 쥐었다 펴기 같은 것들이요. 어머님들께는 놀이처럼 가볍게만 해 달라고 부탁드려요. 숙제처럼 느껴지는 순간 아이들은 바로 손을 놓거든요.

낮은음자리표 읽기도 따로 시간을 줘요. 레슨 시작할 때 낮은음자리표 음표 카드를 몇 장 보여 주고 바로 건반에서 찾게 하는 거예요. 처음엔 손가락으로 줄을 세어 가며 읽던 아이들도 몇 주 지나면 카드가 넘어가는 속도를 따라와요.

이렇게 몇 달을 챙기다 보면 어느 날 갑자기 양손이 맞아떨어지는 순간이 와요. 한 아이는 체르니 곡을 처음으로 양손 같은 속도로 끝까지 치고 나서, 손을 내려다보며 이렇게 말했어요. 선생님, 왼손이 이제 오른손 따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