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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리면 무조건 처음부터 다시 치는 아이, 이 습관 그냥 두면 안 되는 이유

여덟 마디쯤 치다가 한 음이 삐끗하면, 손을 건반에서 떼고 숨을 한 번 고른 다음 다시 첫 마디로 돌아가는 아이들이 있어요. 그리고 또 같은 자리에서 틀리고, 또 처음으로 가요. 옆에서 듣고 있으면 곡의 앞부분만 열 번 넘게 듣게 되는데, 정작 틀린 그 한 마디는 제대로 연습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이 습관은 생각보다 흔해요. 특히 꼼꼼하고 실수를 싫어하는 아이들일수록 더 그래요. 틀린 채로 계속 치는 게 찝찝하니까, 처음부터 깨끗하게 다시 쳐서 한 번에 끝까지 가고 싶은 거죠.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가요. 저도 어릴 때 그랬거든요. 연습 시간을 한 시간 채웠는데 곡 뒷부분은 거의 손도 못 대고 끝난 날이 많았어요.

처음부터 다시 치면 생기는 일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곡의 앞과 뒤가 완전히 다른 곡처럼 들린다는 거예요. 앞부분은 수십 번을 쳤으니 손에 착 붙어 있는데, 뒤로 갈수록 연습량이 뚝 떨어지니까 소리가 불안해지고 속도도 느려져요. 무대에서 이런 아이들은 시작은 정말 자신 있게 하는데 중반을 넘어가면서 눈에 띄게 흔들려요.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갑자기 다른 아이가 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예요.

더 걱정되는 건 틀리는 자리가 고쳐지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처음부터 다시 달려와서 같은 곳에 도착하면, 손은 이미 앞에서 굳어진 흐름 그대로 그 자리를 지나가려고 해요. 그러니 또 같은 실수가 나와요. 몇 번 반복되면 아이는 그 마디에 가까워질수록 긴장하기 시작해요. 저 부분만 오면 틀린다는 생각이 손보다 먼저 가 있는 거죠. 결국 틀리는 연습을 열심히 하고 있는 셈이에요.

그리고 하나 더, 무대에서는 처음부터 다시 칠 수가 없어요. 연습할 때 틀릴 때마다 멈추고 돌아가는 게 몸에 배면, 실제 연주에서 작은 실수 하나에도 손이 멈춰 버려요. 머릿속에 이어서 치는 길이 없으니까요. 시험이나 대회에서 한 음 틀리고 얼어붙는 아이들 중에 이런 습관을 가진 경우가 꽤 많아요.

틀린 자리만 떼어서 연습하기

그래서 이런 아이들에게는 곡을 조각내는 연습부터 시켜요. 틀린 마디를 찾으면 거기에 연필로 표시를 하고, 그 마디만 다섯 번 천천히 쳐 보게 해요. 처음엔 아이들이 답답해해요. 한 마디만 치니까 음악 같지도 않고 재미도 없다고요. 그래도 다섯 번을 치고 나면 손이 확실히 달라진 게 느껴지니까, 몇 번 해 보면 스스로 표시부터 찾게 돼요.

그 마디가 편해지면 앞 마디 하나를 붙여서 같이 쳐요. 그다음엔 뒤 마디를 하나 더 붙이고요. 틀리는 자리는 보통 그 마디 자체보다 넘어가는 순간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아서, 앞뒤를 이어 주는 연습이 꼭 필요해요. 한 마디짜리 섬을 세 마디, 네 마디로 조금씩 넓혀 가는 거예요.

곡을 뒤에서부터 연습하는 방법도 가끔 써요. 마지막 프레이즈부터 시작해서 한 구간씩 앞으로 거슬러 올라오는 거예요. 이렇게 하면 늘 뒤로 밀려 있던 끝부분이 오히려 가장 많이 연습한 구간이 돼요. 아이들은 처음에 이걸 거꾸로 치는 거냐며 웃는데, 막상 해 보면 끝으로 갈수록 마음이 편해진다고 해요.

멈추지 않고 끝까지 가 보는 날

조각 연습만 하면 이번엔 곡이 이어지지 않는 문제가 생겨요. 그래서 일주일에 한두 번은 반대로, 무슨 일이 있어도 멈추지 않고 끝까지 치는 날을 정해요. 틀려도 그냥 지나가고, 박자가 흔들려도 다음 마디로 가는 거예요. 이걸 처음 시키면 꼼꼼한 아이들은 정말 괴로워해요. 틀린 음을 그냥 두고 지나가는 게 견디기 힘든 거죠. 한 아이는 틀릴 때마다 손은 계속 가면서 입으로 아, 아, 하고 작게 소리를 내서 레슨실이 웃음바다가 된 적도 있어요.

이런 날은 끝까지 치고 나서 어디서 틀렸는지 아이에게 먼저 물어봐요. 대부분 정확히 기억하고 있어요. 그러면 그 자리만 다시 조각 연습으로 돌아가면 돼요. 끝까지 쳐 보는 날과 조각내서 고치는 날을 번갈아 가면, 곡이 이어지는 힘과 틀린 자리를 고치는 힘이 같이 자라요.

집에서 연습을 봐 주시는 어머님들께는 아이가 처음부터 자꾸 다시 치면 어디서 멈췄는지만 슬쩍 물어봐 달라고 말씀드려요. 혼낼 필요는 없고, 거기만 세 번 쳐 볼까 하고 한마디만 건네 주셔도 충분해요. 연습 시간이 같아도 그 한마디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일주일 뒤 레슨에서 듣는 소리가 꽤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