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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르니 40번에서 진짜 달라지는 것 같은 40번인데 아이마다 실력이 갈리는 이유

체르니 40번에 들어간다고 하면 부모님들은 보통 연습곡이 훨씬 어려워진다고 생각하세요. 30번에서 그렇게 고생했는데 40번은 얼마나 더 힘들까 걱정하시는 분도 많고요. 그런데 레슨을 해보면 조금 다르게 느껴져요. 체르니 40번 자체가 갑자기 확 어려워지는 건 아니에요. 30번에서 익힌 속도와 손가락 기술을 조금 더 길고 다양한 형태로 이어가는 교재라서, 30번을 제대로 다진 아이라면 생각보다 자연스럽게 넘어가요.

이 시기에 진짜로 달라지는 건 체르니가 아니라, 체르니와 함께 배우는 책들이에요.

같은 40번인데 옆에 놓인 책이 달라요

체르니 40번의 원래 이름은 작품번호 299번, 흔히 속주 연습곡이라고 불리는 교재예요. 이름처럼 빠르고 매끄럽게 치는 기술을 다루죠. 그런데 이 시기 아이들의 레슨 가방을 들여다보면 체르니 옆에 놓인 책이 아이마다 전혀 달라요.

어떤 아이는 체르니만 40번으로 올라갔을 뿐, 함께 치는 곡은 아직 소나티네 단계에 머물러 있어요. 손가락은 어느 정도 따라가지만 곡을 표현하는 힘이 아직 거기까지 자라지 못한 거죠. 반면 정말 잘하는 친구들은 40번 수준에 맞게 쉬운 소나타부터 배우기 시작해요. 베토벤이나 모차르트의 비교적 쉬운 소나타들을 치면서, 짧은 소나티네와는 또 다른 긴 호흡의 음악을 경험하게 되죠. 모차르트의 소나타 다장조 K.545나 베토벤의 작품번호 49번 소나타처럼, 소나타 입문곡으로 자주 쓰이는 곡들이 이 시기에 많이 등장해요. 아이들 입장에서는 처음으로 교과서에서 보던 작곡가의 진짜 소나타를 치게 되는 셈이라 뿌듯해하는 모습도 자주 봐요.

이 차이는 겉으로는 교재 이름 하나 다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꽤 큰 차이예요. 소나타는 소나티네보다 길고 구조가 복잡해서, 음표를 정확히 치는 것만으로는 음악이 되지 않거든요. 주제가 어떻게 변하고 돌아오는지, 어디서 긴장이 쌓이고 풀리는지를 이해하면서 쳐야 비로소 곡다운 곡이 돼요.

음악적으로 자라는 아이와 악보만 넘기는 아이

솔직히 이 시기가 레슨하면서 가장 안타까운 때예요. 체르니 30번에서 시작된 개인차가 40번쯤 되면 정말 너무 심하게 벌어져요. 그리고 어느 순간 아이들이 두 부류로 나뉘어 버려요. 음악적으로 성장해서 곡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 가는 아이, 그리고 악보를 겨우겨우 넘기며 진도만 따라가는 아이로요.

두 번째 아이들을 보면 마음이 참 복잡해요. 연습을 안 하는 것도 아니고, 손가락도 분명 예전보다 빨라졌어요. 그런데 치는 소리를 들어보면 음은 맞는데 음악이 들리지 않아요. 강약 기호는 지키지만 왜 거기서 커지는지 느끼지 못한 채 치고, 선율이 노래하지 않고 그냥 지나가요. 이런 아이에게 소나타를 주면 결국 더 긴 악보를 더 오래 붙잡고 있게 될 뿐이라, 쉽게 다음 단계로 넘겨줄 수가 없어요.

음악성은 연습만으로 만들어지지 않아요

오랫동안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제가 내린 결론은, 음악성이라는 건 기술과 연습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거예요. 손가락 기술은 매일 연습하면 누구나 어느 정도까지 올라가요. 하지만 음악을 느끼고 표현하는 힘은 레슨실 밖에서 더 많이 자라요.

평소에 어떤 음악을 얼마나 듣는지가 생각보다 큰 영향을 줘요. 클래식을 자주 들어본 아이는 소나타를 처음 받아도 이 곡이 어떤 분위기로 흘러가야 하는지 감을 잡아요. 반대로 피아노 음악을 레슨 시간에만 접하는 아이는 악보에서 소리를 상상하는 것 자체를 어려워하죠. 음악을 들으면서 무엇을 느끼는지, 이 부분은 슬픈지 설레는지 생각해 보는 습관도 마찬가지예요. 그런 생각들이 쌓여서 결국 손끝에서 소리로 나오거든요.

그래서 저는 이 시기의 아이를 둔 부모님께 연습 시간을 늘려 달라는 말보다 음악을 함께 들어 달라는 부탁을 더 자주 드려요. 거창할 필요는 없어요. 차 안에서 아이가 배우는 곡을 유명한 연주자의 음원으로 틀어주거나, 저녁 식사 시간에 잔잔한 피아노 음악을 배경으로 깔아두는 것만으로도 충분해요. 아이가 치는 곡을 들으면서 “이 부분 좋다” 하고 한마디 건네주는 것도 좋고요.

음악성은 타고나는 부분도 분명 있지만, 어떤 환경에서 자라느냐에 따라 충분히 자랄 수 있다고 믿어요. 체르니 40번 시기에 아이가 진도만 넘기고 있는 것 같다면, 연습량보다 먼저 아이가 평소에 어떤 음악을 듣고 있는지 한번 살펴봐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