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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캐논이나 젓가락 행진곡을 치고 싶다고 조를 때 교재와 좋아하는 곡을 함께 가르치는 방법

레슨 시간에 아이들이 가장 눈을 반짝이는 순간은 새 교재를 펼칠 때가 아니에요. “선생님, 저 이거 치고 싶어요!” 하면서 어디서 들은 곡을 흥얼거릴 때죠. 캐논, 젓가락 행진곡, 드라마나 애니메이션 주제곡, 요즘 유행하는 노래까지 종류도 다양해요. 체르니나 소나티네 이야기를 할 때는 시큰둥하던 아이도 자기가 좋아하는 곡 이야기만 나오면 목소리가 커지거든요.

저는 이런 요청이 참 반가워요. 아이가 스스로 치고 싶은 곡이 생겼다는 건 피아노를 숙제가 아니라 음악으로 느끼기 시작했다는 뜻이니까요. 다만 선생님 입장에서는 고민도 함께 생겨요. 아이 수준에서 원곡 악보를 그대로 치기는 어렵고, 그렇다고 해야 할 교재를 다 미뤄둘 수도 없으니까요.

요즘은 쉬운 편곡 악보가 잘 나와 있어요

다행히 요즘은 이 고민이 예전보다 훨씬 쉬워졌어요. 교재 편집이 정말 잘 되어 있어서, 유명한 곡들은 원곡이 아니더라도 수준별로 쉬운 버전이 다양하게 나와 있거든요. 바이엘 정도 치는 아이에게는 오른손 멜로디 위주에 왼손은 단순한 화음만 짚는 악보를, 체르니 30번쯤 치는 아이에게는 양손이 좀 더 풍성하게 움직이는 악보를 골라줄 수 있어요.

악보를 고를 때는 제목만 보고 고르지 않고 꼭 한 번 쳐봐요. 같은 초급이라고 적혀 있어도 출판사마다 난이도가 꽤 다르고, 원곡보다 쉬운 조로 바꿔 놓은 악보도 많거든요. 아이가 아직 익숙하지 않은 조표나 리듬이 많이 나오면, 좋아하는 곡인데도 금방 지칠 수 있어서 이 부분을 제일 신경 써요.

예를 들어 캐논은 원래 피아노곡이 아니에요. 파헬벨이 바이올린 세 대와 저음 반주를 위해 쓴 곡으로 알려져 있어서, 우리가 치는 피아노 캐논은 사실 모두 편곡 버전이에요. 그래서 오히려 수준별 악보를 고르기가 좋아요. 같은 곡을 초급 버전으로 먼저 치고, 실력이 늘면 한 단계 위 버전으로 다시 쳐보는 식으로 오래 즐길 수 있거든요.

젓가락 행진곡에도 재미있는 사연이 있어요. 1877년 영국에서 유피미아 앨런이라는 열여섯 살 소녀가 가명으로 발표한 곡이라고 해요. 전문 작곡가가 아니라 아이와 비슷한 나이의 소녀가 만든 곡이라고 이야기해 주면, 아이들이 신기해하면서 더 친근하게 느끼더라고요.

나중에 잘 치게 되면 원래 악보로

쉬운 버전을 가르칠 때 제가 꼭 덧붙이는 말이 있어요. “나중에 더 잘 치게 되면 그때는 원래 악보로 쳐보자.” 이 한마디가 생각보다 큰 힘이 돼요. 지금 치는 버전이 가짜라는 느낌이 아니라, 좋아하는 곡을 향해 한 단계씩 올라가고 있다는 느낌을 주거든요.

실제로 그 약속을 기억하고 몇 달 뒤에 “선생님, 이제 원래 악보로 쳐도 돼요?” 하고 먼저 묻는 아이들이 있어요. 그럴 때면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요. 그 아이에게는 체르니 몇 번을 끝냈다는 것보다, 좋아하는 곡을 더 멋지게 칠 수 있게 됐다는 게 훨씬 큰 성취니까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연습곡의 필요성도 느끼게 돼요. 원곡을 치려면 손가락이 더 빨라져야 한다는 걸 스스로 알게 되거든요.

테크닉 교재와 좋아하는 곡은 함께 가야 해요

그렇다고 좋아하는 곡만 치게 하지는 않아요. 저는 꼭 해야 하는 테크닉 교재와 아이들이 좋아하는 곡을 같이 가르쳐요. 좋아하는 곡만 치면 당장은 즐겁지만 손가락 기초가 잡히지 않아서 금방 한계에 부딪히고, 테크닉 교재만 치면 기초는 쌓여도 아이가 흥미를 잃기 쉬우니까요.

레슨 시간을 나눌 때도 이 균형을 생각해요. 앞부분에는 연습곡으로 손을 풀고 오늘 익혀야 할 기술을 다지고, 뒷부분에는 좋아하는 곡으로 마무리하는 식이에요. 마지막을 즐거운 곡으로 끝내면 아이가 레슨을 좋은 기억으로 마치고, 다음 레슨도 기다리게 되더라고요. 연습곡에서 배운 기술이 좋아하는 곡에 나오면 “이거 아까 연습한 거랑 똑같지?” 하고 연결해 주기도 해요. 그러면 아이가 연습곡을 왜 해야 하는지 조금은 납득하게 돼요.

결국 가장 중요한 건 흥미를 잃지 않게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피아노를 오래 치는 아이들을 보면, 대부분 한 번쯤 꼭 치고 싶었던 곡이 있었고 그 곡을 완성해 본 경험이 있어요. 아이가 어떤 곡을 치고 싶다고 조른다면 귀찮은 요청이 아니라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주세요. 선생님과 상의해서 수준에 맞는 악보를 찾아보면, 그 곡 하나가 아이를 피아노 앞에 오래 붙잡아 두는 힘이 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