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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살 아이 피아노 레슨, 집중 시간 15분을 어떻게 쓸까

다섯 살 아이와의 레슨은 다른 나이 아이들과는 시간을 쓰는 방식부터 달라요. 초등학생이라면 레슨 시간 대부분을 피아노 앞에서 보내지만, 다섯 살에게 그렇게 하면 10분도 안 돼서 의자에서 몸이 비틀어지기 시작해요. 손가락은 아직 작고 힘도 약하고, 무엇보다 한자리에 앉아서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짧아요. 보통 15분 정도라고들 하는데, 실제로 가르쳐 보면 그것도 컨디션 좋은 날 이야기예요.

그래서 저는 이 나이 아이들은 피아노 치는 훈련을 아주 조금만 해요. 대신 그 시간을 몸으로 박자를 익히고, 노래를 흥얼거리며 음악을 느끼는 데 더 많이 써요. 처음 이렇게 레슨을 짰을 때는 어머님들이 혹시 피아노는 언제 치냐고 물으실까 봐 조금 걱정했어요. 그런데 몇 달 지나 아이가 처음 제대로 곡을 치기 시작할 때 박자가 흔들리지 않는 걸 보고 나면, 다들 그 시간이 왜 필요했는지 알게 되시더라고요. 저도 그때마다 이 방식이 맞았구나 하고 확인해요.

몸으로 먼저 익히는 박자

다섯 살 아이에게 4분음표는 한 박이에요 하고 설명하면 고개는 끄덕이는데 사실 무슨 말인지 잘 몰라요. 박자는 머리로 이해하기 전에 몸이 먼저 알아야 해요. 그래서 레슨 시작은 대부분 피아노가 아니라 바닥에서 해요.

음악을 틀어 놓고 박자에 맞춰 걷기도 하고, 손뼉을 치기도 하고, 무릎을 두드리기도 해요. 느린 곡에서는 코끼리처럼 쿵쿵 걷고, 빠른 곡에서는 토끼처럼 깡총깡총 뛰어요. 아이들은 이걸 노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 사이에 빠르기의 차이와 일정한 박이라는 감각이 몸에 쌓여요. 익숙해지면 제가 리듬을 손뼉으로 짧게 치고 아이가 그대로 따라 치는 놀이로 넘어가요. 처음엔 두 박짜리, 그다음엔 네 박짜리로 조금씩 길게 늘려요. 따라 치다가 틀리면 아이들이 깔깔 웃는데, 그렇게 웃는 동안에도 리듬을 듣는 귀는 계속 자라고 있어요. 음표 길이를 알려 줄 때는 말을 빌려 써요. 한 박은 짧게 빵, 반 박 두 개는 딸기처럼 두 글자를 빠르게, 두 박은 길게 사아과 하고 늘려서 말해 보는 거예요. 아이들은 음표 이름을 외우는 것보다 이렇게 입으로 소리 내는 걸 훨씬 쉽게 받아들이고, 나중에 악보에서 그 음표를 처음 봤을 때도 아 이거 딸기다 하고 바로 알아봐요.

흥얼거리며 자라는 음악성

박자만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허밍이에요. 제가 피아노로 짧은 선율을 쳐 주면 아이는 그걸 입으로 흥얼거리며 따라 해요. 가사도 계이름도 필요 없어요. 음이 올라가면 목소리도 올라가고, 내려가면 같이 내려가는 걸 스스로 느끼는 게 목적이에요.

이걸 하다 보면 아이마다 귀가 얼마나 다른지 보여요. 처음부터 음을 정확하게 따라 부르는 아이도 있고, 높낮이 방향만 겨우 맞추는 아이도 있어요. 어느 쪽이든 괜찮아요. 이 나이에 중요한 건 정확도보다 음악을 듣고 따라 하는 걸 즐거워하는 마음이니까요. 흥얼거리는 게 편해지면 손으로 높낮이를 그리면서 부르게 하고, 그다음엔 그 선율을 피아노에서 직접 찾아보게 해요. 내 목소리로 불렀던 음을 건반에서 찾아냈을 때 아이들 표정이 정말 환해져요.

피아노 앞에 앉는 시간은 짧고 굵게 해요. 5분이나 길어야 10분이에요. 바른 자세로 앉는 법, 둥근 손 모양, 손가락 번호 같은 기본만 짚고, 앞에서 몸으로 익힌 리듬이나 흥얼거린 선율을 건반으로 옮겨 보는 정도로 끝내요. 아이가 아직 더 치고 싶어 할 때 멈추는 게 요령이에요. 그래야 다음 주에 피아노 앞에 앉는 걸 기다리거든요.

악보보다 한글이 먼저일 때

다섯 살 아이들은 아직 한글을 다 떼지 못한 경우가 많아요. 그러면 계이름을 써 놓아도 읽지를 못하고, 동요 가사도 따라갈 수가 없어요. 그래서 레슨 중에 한글 공부도 같이 해 줬어요. 도, 레, 미를 스티커로 붙여서 눈으로도 친해지게 하고 같이 읽어 보고, 동요를 배울 때는 가사를 한 글자씩 짚어 가며 불러요. 노래로 익힌 글자는 아이들이 훨씬 빨리 기억해요. 리듬에 실려 있으니까요.

어머님들도 이 부분을 많이 반가워하셨어요. 피아노를 배우러 왔는데 한글까지 늘었다고요. 저는 사실 거창한 걸 한 게 아니라, 악보를 읽기 전에 글자부터 읽을 수 있어야 하니까 자연스럽게 같이 가게 된 거였어요. 계이름 글자를 읽을 수 있게 되면 그다음 단계인 음표 읽기로 넘어가는 것도 한결 수월해요.

요즘도 다섯 살 아이가 새로 오면 첫날은 피아노 뚜껑을 거의 열지 않아요. 바닥에 같이 앉아서 손뼉부터 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