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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흐가 감옥에 갇혔던 진짜 이유 퇴사 요청이 부른 황당한 사건

바흐 하면 근엄하고 신실한 종교음악가 이미지부터 떠오르는데, 이 사람이 젊었을 때 감옥까지 갔다 왔다는 얘기를 들으면 좀 의외다 싶다. 그것도 이유가 되게 황당하다. 평생 교회 음악만 쓴 고지식한 사람일 것 같은 이미지와, 감옥살이를 했다는 이력이 도무지 연결이 안 돼서 처음 알았을 때 꽤 신선했다.

이직하려다 발목 잡힌 궁정 오르가니스트

1717년, 바흐가 바이마르 궁정에서 오르가니스트로 일하고 있을 때 일이다. 당시 그는 쾨텐이라는 곳에서 더 좋은 조건으로 새 일자리를 제안받았다. 지금으로 치면 이직 제안을 받은 셈인데, 문제는 바이마르 공작이 이걸 순순히 보내주려 하지 않았다는 거다. 바흐가 사직을 요청했는데도 공작이 계속 거부했고, 바흐는 몇 번이고 다시 요청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바흐가 너무 집요하게, 거의 고집스럽게 사직을 요구했다는 게 공작의 심기를 제대로 건드린 모양이다. 당시 궁정 음악가라는 자리가 겉으로는 명예로워 보여도, 실제로는 영주의 소유물에 가까운 취급을 받았다는 걸 이 일화가 잘 보여주는 것 같다.

이 대목에서 좀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살면서 뭔가 결정적인 순간에 용기 내야 할 때, 웬만하면 그냥 참고 넘어가는 쪽을 택하는 편인데, 바흐는 상대가 자기보다 훨씬 힘 있는 공작이었는데도 몇 번이고 다시 요구했다는 거다. 잘리거나 불이익 받을 걸 알면서도 저렇게까지 밀어붙일 수 있는 배짱이 어디서 나왔을까 싶다. 자기 능력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면 애초에 이런 요구 자체를 못 했을 것 같기도 하다.

너무 끈질기게 퇴사를 요구했다는 황당한 수감 사유

결국 공작은 바흐를 감옥에 가뒀다. 이유가 너무 끈질기게 퇴사를 요구했다는 거였다니, 지금 기준으로 보면 완전히 황당한 사유다. 요즘 같으면 그냥 퇴사서 내고 인수인계하고 나가면 끝날 일인데, 당시엔 궁정 음악가가 영주의 허락 없이 마음대로 떠날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다. 신분과 고용 관계가 지금과는 완전히 달랐다는 걸 보여주는 사건인 셈이다. 요즘 회사에서 퇴사 의사를 밝혔다고 감금당하는 상황을 상상해보면, 그때 사람들이 얼마나 답답했을지 어렴풋이 짐작이 간다.

감옥에서도 손에서 놓지 않은 오선지

바흐는 이 감금 기간 동안 거의 한 달 가까이 갇혀 있었다고 전해진다. 그런데 흥미로운 부분은, 이 시기에 그가 그냥 손 놓고 있지 않았다는 거다. 갇혀있는 동안에도 오르간 작품들을 계속 작곡했다는 기록이 있다. 감옥에 갇혀서도 악보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는 건데, 이쯤 되면 이 사람한테 음악은 취미나 직업을 넘어서 거의 본능에 가까운 거였나 싶다. 갇혀서 억울하고 화도 났을 텐데, 그 와중에도 곡을 썼다는 게 좀 짠하면서도 대단하게 느껴진다. 좁고 답답한 공간에서 오히려 창작에 몰두하며 마음을 다잡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결국 원하는 걸 얻어낸 한 달간의 대가

결국 한 달쯤 지나고 나서야 공작은 바흐를 풀어주면서 불명예 제대에 가까운 형태로 그를 내보냈다고 한다. 그러니까 바흐는 감옥에서 나오자마자 바로 쾨텐으로 떠날 수 있었던 거다. 원하는 걸 결국 얻어내긴 했는데, 그 과정이 한 달간의 감금이었다는 게 지금 봐도 좀 어이없는 결말이다. 새 직장에서의 시작을 이런 식으로 맞이했다는 게, 지금 생각하면 웃프기도 하고 짠하기도 하다.

이 사건을 보면 바흐가 그냥 얌전하게 시키는 대로만 하는 성격은 아니었다는 게 드러난다. 자기가 원하는 방향이 있으면 끝까지 밀어붙이는 스타일이었던 거고, 그 고집이 결국 감옥행이라는 대가로 돌아온 셈이다. 살면서 용기가 필요한 순간에 결국 발 빼고 마는 나 같은 사람 입장에서는,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자기가 원하는 걸 밀어붙였던 이 고집이 은근히 부럽기도 하다. 지금이야 웃으면서 넘길 수 있는 옛날 일화지만, 당사자 입장에서는 꽤나 억울하고 답답했을 상황이다. 그래도 이런 고집이 있었기 때문에 자기 커리어를 스스로 개척해나갈 수 있었던 거 아닐까 싶다. 결국 원하는 자리로 옮긴 뒤 쾨텐에서 그가 남긴 작품들을 생각하면, 그 한 달간의 감금이 헛된 시간만은 아니었던 셈이다, 오히려 전화위복이 된 것 같기도 하다.

참고: Bach-Archiv Leipzig(bach-leipzig.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