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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두 아이를 모두 잃고 붓을 꺾으려던 베르디를 되살린 오페라 한 편

2년 사이에 두 아이와 아내를 차례로 떠나보낸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다시 무언가를 창작할 힘을 낼 수 있을까요? 이탈리아 오페라의 거장 주세페 베르디가 바로 그런 시간을 겪었어요.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화려하고 웅장한 베르디의 오페라들은 사실 인생에서 가장 깊은 절망을 지나온 뒤에 나온 결과물이에요.

행복이 가장 짧았던 시절

베르디는 1835년 무렵 한 지역의 음악 감독 자리를 얻으면서 안정적인 삶의 기반을 다지기 시작해요. 이듬해인 1836년에는 마르게리타 바레치와 결혼했고, 두 사람 사이에서 아이가 연이어 태어나요. 1837년에는 그의 첫 오페라 오베르토가 무대에 올라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작곡가로서의 출발도 순조로웠어요. 가정도, 커리어도 막 자리를 잡아가던 시기였어요.

그런데 이 행복은 너무나 짧게 끝나버려요. 그로부터 2년도 채 지나지 않아 두 아이가 차례로 세상을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내 마르게리타마저 그의 곁을 떠나요. 젊은 나이에 가족 전부를 잃은 셈이에요. 상상하기 힘든 상실이었을 거예요.

붓을 꺾기로 결심하다

이런 절망 속에서 베르디는 두 번째 오페라 하루 동안의 왕이라는 코미디 작품을 무대에 올려요. 가족을 잃은 슬픔 속에서 억지로 써 내려간 이 작품은 흥행에서 크게 실패해요. 슬픔과 좌절이 겹친 베르디는 결국 다시는 곡을 쓰지 않겠다고 마음먹어요. 음악가로서의 삶 자체를 완전히 접으려 했던 거예요. 그의 인생에서 가장 깊은 어둠의 시기였다고 볼 수 있어요.

다시 붓을 들게 만든 한 마디

이대로였다면 우리는 베르디라는 이름을 오페라 역사에서 만나지 못했을지도 몰라요. 그런데 라 스칼라 극장의 한 흥행주가 슬픔에 빠져 있던 베르디를 끈질기게 설득했어요. 세 편의 오페라를 맡아달라는 계약을 제안하면서까지요. 베르디는 처음에는 완강히 거절했지만, 결국 다시 한번 펜을 들기로 해요.

그렇게 탄생한 작품이 바로 나부코예요. 이 오페라는 상업적으로도, 평단의 반응에서도 큰 성공을 거두면서 베르디의 인생을 완전히 바꿔놓아요. 훗날 베르디 스스로도 자신의 진짜 예술가 인생은 나부코에서부터 시작됐다고 말했다고 해요. 가족을 모두 잃고 모든 걸 포기하려던 사람이, 단 한 편의 오페라로 다시 일어선 거예요.

절망이 만들어낸 깊이

저는 베르디의 이 이야기를 알고 나면 그의 오페라 속 인물들이 왜 그렇게 절절하게 다가오는지 이해가 돼요. 사랑하는 이를 잃는 슬픔, 다시 일어서려는 안간힘, 그런 감정들을 그는 머리로 상상한 게 아니라 실제로 온몸으로 겪어냈던 사람이니까요.

사람은 누구나 감당하기 힘든 시련을 만나면 문득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 아픔에도 어떤 뜻이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요. 베르디의 인생을 보면 정말 그런 것 같기도 해요. 만약 그가 가족을 잃는 시련을 겪지 않았다면, 지금 우리가 사랑하는 그 깊고 절절한 선율들은 애초에 태어나지 못했을지도 모르니까요. 가장 위대한 예술은 결국 가장 큰 시련 속에서 나오는 게 아닐까 싶어요.

나부코 이후로 베르디는 수십 년에 걸쳐 라 트라비아타, 아이다 같은 걸작들을 계속 써 내려가요.

가장 깊은 절망 속에서 다시 붓을 든 한 사람의 선택이, 결국 오페라 역사 전체를 바꿔놓았다는 사실이 참 뭉클해요.

참고: LA 오페라(laoper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