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 편지 속 반전 매력, 우아함 뒤에 숨겨진 저속한 유머
모차르트라고 하면 우아하고 고상한 클래식 음악의 대명사처럼 느껴지는데, 실제로 그가 편지에 남긴 글들을 보면 이미지가 완전히 깨진다. 똥오줌 얘기, 방귀 얘기가 편지 곳곳에 아무렇지 않게 등장하는데, 처음 이걸 알았을 때 진짜 웃음부터 터졌다. 클래식 음악사에서 가장 신성시되는 인물 중 하나가 이런 편지를 남겼다는 게, 알면 알수록 신기하고 재밌다.
사촌에게 보낸 저속한 편지들, 베슬레브리펠
제일 유명한 게 사촌 마리아 안나 테클라 모차르트한테 보낸 편지들이다. 이 사촌한테 보낸 편지가 여러 통 남아있는데, 내용이 상상 이상으로 저속하다. “당신 엉덩이에 키스한다”는 식의 표현은 그나마 점잖은 축이고, 배변이나 방귀를 소재로 한 말장난이 편지 전체에 걸쳐 계속 나온다. 심지어 라임을 맞춰서 운율까지 넣어가며 저런 농담을 했다는 게 더 신기하다. 그냥 막 던진 게 아니라 나름 공들여서 만든 개그였다는 거다.
이런 편지들 때문에 학자들이 붙인 이름도 있다. ‘베슬레브리펠(Bäsle-Briefe)’, 우리말로 하면 ‘사촌 편지’쯤 되는데, 이게 하나의 독립된 연구 주제로 다뤄질 정도로 유명하다. 그만큼 남아있는 양도 많고, 내용도 일관되게 저 스타일이라는 거다. 편지 하나를 열어봐도, 안부 인사 몇 줄 뒤에 바로 이런 유머가 이어지는 식이라 처음 접하면 당황스러울 정도다. 심지어 이 사촌과 실제로 만난 기간은 그리 길지 않았는데도, 편지에서 느껴지는 친밀함과 장난기는 오랜 친구 사이 같은 느낌을 준다.
왜 이런 편지를 썼을까
이걸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가장 많이 언급되는 건 당시 잘츠부르크 지역, 특히 서민층 사이에 이런 식의 저속한 유머 문화 자체가 흔했다는 설명이다. 모차르트 집안이 귀족은 아니었고, 이런 화장실 유머가 그 시대 그 지역에서는 지금처럼 유별난 게 아니라 그냥 친밀한 사이에 주고받는 흔한 농담이었을 수 있다는 거다. 실제로 모차르트 아버지 레오폴트도 비슷한 톤의 편지를 쓴 기록이 남아있다고 하니, 이게 순전히 모차르트 개인의 특이한 취향만은 아니었던 셈이다. 가족 전체가 이런 유머 감각을 공유했다고 생각하면, 집안 분위기 자체가 꽤나 유쾌했을 것 같다는 상상도 하게 된다.
또 다른 해석으로는 이게 그의 천재성과 관련 있다는 얘기도 있다. 엄청난 압박 속에서 어릴 때부터 완벽한 연주와 작곡을 요구받으며 살았던 사람이니까, 사적인 편지에서는 오히려 유치하고 저속한 유머로 스트레스를 풀었을 거라는 해석이다. 이 얘기를 듣고 나니까 좀 짠하기도 했다. 밖에서는 계속 대단한 사람으로 보여야 하는데, 편지 속에서만큼은 그냥 어린애처럼 굴 수 있었던 거 아닐까 싶어서다. 나도 회사에서는 멀쩡한 척하다가 친한 사람한테는 실없는 농담 던지고 싶을 때가 있는데, 비슷한 심리였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완벽함을 요구받는 사람일수록 어딘가에서는 이렇게 숨통을 틔울 구멍이 필요했던 게 아닐까 싶다.
오랫동안 감춰졌던 편지들
흥미로운 건 이런 편지들이 한동안 제대로 공개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19세기, 20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모차르트를 신성시하는 분위기가 강해서, 이런 저속한 내용이 그의 이미지를 훼손한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편지를 편집하거나 아예 감추기도 했다고 한다. 원문 그대로 학계에 소개되기 시작한 게 비교적 최근이라는 걸 생각하면, 우리가 알던 “완벽한 천재 모차르트” 이미지 자체가 어느 정도는 후대에 다듬어진 결과물이었다는 생각도 든다. 진짜 모차르트의 모습보다, 사람들이 보고 싶어했던 모차르트의 모습이 오랫동안 더 힘을 얻었던 셈이다. 위인을 다룰 때 흔히 벌어지는 일이지만, 이렇게 구체적인 증거가 남아있는 경우는 흔치 않아서 더 흥미롭게 느껴진다.
간극이 만드는 인간적인 매력
이런 얘기를 알고 나면 모차르트가 훨씬 인간적으로 느껴진다. 곡은 저렇게 우아하고 정교하게 쓰면서 편지에서는 시시껄렁한 농담이나 던지고 있었다니, 그 간극 자체가 재밌다. 완벽해 보이는 사람도 결국 사적인 공간에서는 편하게 웃고 떠들고 싶어했다는 걸 보면, 몇 백 년 전 사람인데도 갑자기 가깝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위대한 예술가라는 타이틀 뒤에도 결국은 장난치고 싶어하는 평범한 사람이 있었다는 게, 오히려 그의 음악을 더 따뜻하게 바라보게 만드는 것 같다.
참고: HuffPost(huffpo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