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데리크 쇼팽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 있습니다. 프랑스의 소설가 조르주 상드입니다. 흔히 ‘쇼팽의 연인’으로만 기억되지만, 사실 상드는 그 자체로 빅토르 위고와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인정받던 작가였습니다. 병약하고 예민했던 천재 음악가와, 자유분방하고 강인했던 여성 작가. 언뜻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사람이 어떻게 9년이라는 긴 시간을 함께했는지, 그리고 왜 헤어질 수밖에 없었는지 오늘 한번 이야기 해보려 합니다.

첫인상은 최악이었던 두 사람의 만남
두 사람의 첫 만남은 1836년, 프란츠 리스트의 정부였던 마리 다구 백작부인이 주최한 파티에서 이루어졌습니다. 당시 상드는 짧은 머리에 남장을 하고 시가를 즐겨 피우는, 파리 사교계에서도 소문이 자자한 인물이었습니다. 이혼 후 두 아이를 데리고 파리로 올라와 조르주 상드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며 자유로운 연애와 문필 활동을 이어가던 그녀였죠. 반면 쇼팽은 섬세하고 여성적인 감수성을 가진, 몸이 약한 26살의 청년 음악가였습니다. 남장을 한 여성에게 거부감을 느꼈던 쇼팽은 상드의 첫인상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상드는 처음부터 이 병약한 청년에게 마음을 빼앗겼던 모양입니다. 쇼팽보다 여섯 살이나 연상이었던 그녀는 특유의 적극적인 태도로 다가갔고, 결국 집요한 구애 끝에 쇼팽도 마음을 열게 됩니다. 당시 쇼팽은 폴란드에서의 첫사랑과 이별한 데다 또 다른 여인과의 관계마저 파혼으로 끝나며 심신이 지칠 대로 지쳐 있던 상태였습니다. 그런 그에게 상드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다가온 존재였습니다.
엄마 같기도 연인 같기도 했던 9년
두 사람의 관계에서 흥미로운 점은, 일반적인 연인 관계라기보다는 모성애에 가까운 보살핌이 바탕에 깔려 있었다는 겁니다. 폐결핵을 앓던 쇼팽은 몸이 약했고 성격도 까다로웠던 것으로 전해지는데, 상드는 그런 그를 마요르카, 마르세유, 그리고 자신의 영지였던 노앙의 저택 등을 오가며 헌신적으로 돌봤습니다. 남성적이고 강인한 성격의 상드와, 섬세하고 예민한 쇼팽. 서로 다른 두 사람이었지만 그 다름이 오히려 서로를 지탱하는 힘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실제로 이 시기는 쇼팽의 창작 인생에서 가장 왕성한 시기였습니다. 마요르카에서 24개의 전주곡을 완성한 것을 시작으로, 노앙에서 지내는 동안에도 소나타 2번과 3번을 비롯한 굵직한 작품들을 계속 써냈습니다. 상드가 없었다면 이만큼의 명곡들이 세상에 나올 수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그녀는 쇼팽에게 안정적인 창작 환경과 정서적 버팀목이 되어준 존재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대목을 보면, 사랑이라는 게 꼭 낭만적이고 대등한 관계로만 이루어지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누군가에게는 돌봄과 헌신 그 자체가 사랑의 형태였을 수도 있으니까요.
딸의 등장과 이별, 그리고 남겨진 쇼팽
하지만 영원할 것 같던 두 사람의 관계에도 균열이 찾아옵니다. 쇼팽의 건강이 점점 나빠지면서 예민함도 심해졌고, 오랜 세월 그를 돌보는 데 지친 상드 역시 조금씩 지쳐갔습니다. 여기에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던 것이 상드의 딸 솔랑주와의 관계였습니다. 쇼팽이 어느 순간부터 솔랑주에게 각별한 애정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데, 이 문제로 상드와 쇼팽 사이에는 깊은 균열이 생기고 맙니다. 결국 세상 사람들의 시선 속에서도 굳건했던 두 사람의 관계는 9년 만에 완전히 끝나게 됩니다.
이별 이후 쇼팽의 삶은 급격히 무너집니다. 병세는 빠르게 악화됐고 경제적으로도 어려운 상황에 놓였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1848년, 아픈 몸을 이끌고 영국 연주 여행을 강행하는데, 아마도 상드라는 든든한 울타리가 사라진 이후의 불안과 상실감을 어떻게든 채워보려 했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이별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1849년, 쇼팽은 파리에서 짧은 생을 마감합니다.
사랑이라 부르기엔 복잡했던 두 사람의 시간
지금 돌이켜보면 쇼팽과 상드의 관계는 단순히 ‘연인’이라는 단어 하나로 정리하기 어려운 복잡한 관계였던 것 같습니다. 서로에게 예술적 영감을 주고받으면서도, 한쪽은 끊임없이 보살핌을 필요로 했고 다른 한쪽은 그 보살핌에 지쳐갔습니다. 그럼에도 그 9년이라는 시간 동안 쇼팽이 남긴 음악들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고 있습니다. 어쩌면 예술이라는 건, 완벽하고 이상적인 사랑보다 이렇게 불완전하고 서로를 지치게 만드는 관계 속에서 더 깊이 있게 피어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참고: classical-musi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