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하게 흘러가던 음악 한가운데서 갑자기 오케스트라 전체가 쾅 하고 터져 나오면 어떤 기분이 들까요? 하이든의 교향곡 94번, 흔히 놀람 교향곡이라고 부르는 곡이 바로 그런 곡이에요. 아이들에게 이 곡을 처음 들려주면 두 번째 악장에서 어깨를 움찔하는 친구들이 꼭 있어요. 그 모습을 보면서 저는 200년도 더 전에 런던의 연주회장에 앉아 있던 사람들도 비슷한 표정이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30년 궁정 음악가에게 찾아온 갑작스러운 자유
하이든은 젊은 시절부터 헝가리의 명문 귀족 에스테르하지 가문에서 궁정 음악 감독으로 일했어요. 무려 30년 가까이 한 집안을 위해 곡을 쓰고, 연주를 지휘하고, 악단을 관리했죠. 그러다 1790년에 그를 오랫동안 후원하던 대공이 세상을 떠나면서 상황이 크게 바뀌었어요. 새 대공은 음악에 그다지 열의가 없었고, 하이든은 이전만큼 붙잡혀 있지 않아도 되는 몸이 되었어요.
바로 그 무렵 빈의 하이든 집 앞에 낯선 손님이 찾아와요. 런던에서 연주회를 기획하던 독일 출신 바이올리니스트 요한 페터 잘로몬이었어요. 런던에 와서 연주회를 열어 달라는 초대였죠. 환갑을 바라보던 하이든은 이 제안을 받아들여서 처음으로 영국 땅을 밟게 돼요. 평생 궁정 안에서 살던 사람이 낯선 도시에서 새로운 청중을 만나게 된 것이었어요.
돈을 내고 들어오는 청중 앞에서
궁정에서는 귀족 한 사람의 취향만 맞추면 됐지만, 런던의 연주회장은 달랐어요. 표를 사서 들어온 시민들이 자리를 채우고 있었고, 그들은 재미없으면 바로 고개를 돌릴 수 있는 관객이었어요. 하이든 입장에서는 음악으로 이 사람들의 마음을 단번에 붙잡아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을 거예요. 교향곡 94번은 이 첫 런던 방문 때 쓴 곡이고, 1792년 3월 23일 런던의 한 연주회장에서 하이든이 직접 이끌며 처음 연주됐어요.
쾅 소리는 원래 악보에 없었어요
이 곡의 가장 유명한 장면은 두 번째 악장이에요. 소박한 선율이 아주 작은 소리로 차분하게 이어지다가 갑자기 전 악기가 강하게 울려요. 그런데 이 쾅 하는 소리는 처음 쓴 악보에는 없던 부분이라고 해요. 하이든이 초연을 앞두고 즉흥적으로 덧붙인 것이 그대로 남아서 오늘날까지 연주되고 있는 거예요.
재미있는 건 놀람 교향곡이라는 이름도 하이든이 붙인 게 아니라는 점이에요. 나중에 사람들이 그렇게 불렀고, 독일어권에서는 북을 두드리는 소리라는 뜻의 표현으로 부르기도 해요. 이름은 제각각인데 모두 그 한 순간의 충격을 가리키고 있는 셈이에요.
졸고 있는 청중을 깨우려던 걸까요
이 곡에는 유명한 이야기가 하나 따라다녀요. 연주회장에서 꾸벅꾸벅 졸던 사람들을 깨우려고 하이든이 일부러 큰 소리를 넣었다는 이야기예요. 아이들이 특히 좋아하는 이야기이기도 해요. 그런데 정작 하이든 본인은 나중에 자신의 전기를 쓰던 사람이 이 얘기가 사실이냐고 묻자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고 전해져요. 그가 밝힌 진짜 이유는 이랬어요. 청중에게 뭔가 새로운 것으로 놀라움을 주고, 화려하게 첫 무대를 장식하고 싶었다는 거예요. 그때 런던에서는 하이든의 제자 플레이엘이 다른 악단과 연주회를 열고 있었고, 그 연주회가 일주일 먼저 시작된 상태였어요. 스승으로서 제자에게 밀리고 싶지 않았던 거죠.
저는 이 대답이 참 인간적이라고 느껴요. 음악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대작곡가도 제자의 연주회 소식에 승부욕이 발동했다니, 어쩐지 거리가 확 가까워지는 기분이 들지 않나요?
유머로 사람을 사로잡는 방법
하이든의 음악에는 이런 장난기가 자주 등장해요. 끝난 줄 알았는데 다시 시작하는 곡, 조용히 사라지듯 끝나는 곡처럼 청중의 예상을 살짝 비트는 장치들이 많아요. 그래서 그의 음악은 어렵게 느껴질 때조차 마음 한쪽을 유쾌하게 만들어요. 놀람 교향곡의 쾅 소리도 그런 유머 감각이 가장 눈에 띄게 드러난 순간이라고 생각해요.
이 곡을 들을 때는 두 번째 악장이 시작되는 부분에서 볼륨을 조금 낮게 맞춰 놓고 들어 보세요. 작은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가 갑자기 터지는 소리를 만나면, 200년 전 런던의 청중이 느꼈던 그 짧은 놀람을 아주 조금은 나눠 가질 수 있을 거예요.
참고: Britannica(britannic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