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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든이 교향곡의 아버지라 불리게 된 사연

104개 교향곡이라는 숫자

한 작곡가가 평생 남긴 교향곡이 104개라고 하면 웬만한 사람은 믿기 어려워해요. 요제프 하이든이 바로 그 주인공이에요. 베토벤이 9개, 브람스가 4개를 남긴 걸 생각하면 104라는 숫자는 압도적이에요. 그런데 하이든이 교향곡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이유가 단순히 많이 썼기 때문만은 아니에요. 그가 활동하던 시기에 교향곡이라는 장르 자체가 지금 우리가 아는 형태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고, 그 틀을 다듬고 완성해낸 사람이 바로 하이든이었어요.

에스테르하지 가문이라는 무대

하이든의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헝가리 귀족 가문인 에스테르하지가와의 인연이에요. 하이든은 이 가문의 궁정 악장으로 거의 30년 가까이 일했는데, 이 자리가 특별했던 이유가 있어요. 에스테르하지 후작은 음악을 워낙 사랑해서 하이든에게 상당한 자율성을 줬고, 하이든은 자신의 오케스트라를 두고 원하는 대로 실험할 수 있었어요. 도시의 유행이나 청중의 눈치를 덜 보면서, 오로지 음악 자체의 구조와 형식을 실험하는 데 집중할 수 있었던 거예요. 하이든 스스로도 훗날 이렇게 회고했다고 알려져 있어요. 세상과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독창적일 수밖에 없었다고요.

소나타 형식을 다듬다

당시 교향곡은 아직 통일된 형식이 없었어요. 악장 수도 제각각이었고, 주제를 발전시키는 방식도 작곡가마다 달랐어요. 하이든은 이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빠르게-느리게-미뉴엣-빠르게로 이어지는 4악장 구조를 정착시켰고, 특히 1악장에서 주제를 제시하고 발전시키고 다시 돌아오는 소나타 형식을 정교하게 다듬었어요. 이 틀은 이후 모차르트와 베토벤을 거쳐 낭만주의 시대까지 거의 표준처럼 이어졌어요. 형식을 만들었다는 것, 그리고 그 형식이 100년 넘게 유지될 만큼 견고했다는 것, 이게 하이든이 아버지라는 호칭을 얻은 핵심 이유예요.

파파 하이든이라는 또 다른 별명

재미있는 건 하이든에게 붙은 별명이 하나 더 있다는 거예요. 함께 일한 단원들은 그를 파파 하이든이라고 불렀어요. 키가 작고 유머가 많았으며, 단원들을 인간적으로 살뜰히 챙기는 성격이었다고 전해져요. 엄격한 위계 속에서 일하던 궁정 음악가치고는 상당히 따뜻한 리더였던 셈이에요. 교향곡의 아버지라는 학술적인 별명과 파파 하이든이라는 애정 어린 별명, 이 두 가지가 같은 사람에게 동시에 붙어 있다는 게 그의 성격과 업적을 동시에 보여주는 것 같아요.

모차르트와 베토벤 사이에서

하이든은 모차르트와 깊은 우정을 나눴고, 베토벤에게는 스승이었어요. 세 사람의 관계를 놓고 보면 고전주의 음악의 계보가 한눈에 그려져요. 모차르트는 하이든의 현악 4중주에 감명받아 자신의 곡을 하이든에게 헌정하기도 했고, 베토벤은 젊은 시절 하이든에게 직접 작곡을 배웠어요. 물론 두 사람의 관계가 마냥 순탄하지만은 않았다는 기록도 있지만, 적어도 하이든이 다음 세대 음악가들에게 넘겨준 형식적 유산만큼은 명확해요. 베토벤의 교향곡이 그렇게 큰 스케일로 뻗어나갈 수 있었던 것도, 하이든이 먼저 그 틀을 단단하게 짜놓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어요.

지금 들어도 낡지 않은 이유

하이든의 교향곡을 지금 들어보면 의외로 유머러스한 순간들이 많아요. 놀람 교향곡에서 갑자기 큰 소리가 터져 나오는 부분이나, 고별 교향곡에서 연주자들이 한 명씩 무대를 떠나며 연주를 마치는 독특한 연출은 지금 봐도 신선해요. 형식을 만든 사람이라고 하면 딱딱하고 규칙적인 이미지를 떠올리기 쉬운데, 정작 하이든 본인은 그 형식 안에서 끊임없이 장난을 치고 실험을 했던 사람이에요. 아마 그래서 교향곡의 아버지라는 무거운 호칭에도 불구하고, 그의 음악은 지금까지도 딱딱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 같아요.

참고: 원주신문 최왕국의 클래식 이야기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