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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조율사의 아들이 결국 전 세계 졸업식의 상징이 된 사연

피아노 조율사의 아들이라 무시당하던 사람이, 훗날 영국을 대표하는 곡을 쓴 작곡가가 됐다면 믿으시겠어요? 에드워드 엘가의 이야기예요. 지금은 위풍당당 행진곡으로 전 세계 졸업식마다 울려 퍼지는 그 곡을 쓴 사람이, 한때는 정식 음악 교육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 무명의 변두리 음악가였다는 사실은 의외로 잘 알려져 있지 않아요.

피아노 조율사의 아들이라는 꼬리표

엘가는 영국 우스터에서 피아노 조율사이자 교회 오르간 연주자였던 아버지 밑에서 태어났어요. 넉넉하지 못한 집안 형편 때문에 다른 작곡가들처럼 명문 음악원에서 정식으로 교육받을 기회를 얻지 못했어요. 대부분의 이론과 작곡 기법을 독학으로 익혀야 했고, 이 때문에 평생 스스로를 아웃사이더라고 느꼈다고 해요. 게다가 그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는데, 당시 영국 사회에서는 이런 종교적 배경 때문에 은근한 차별까지 받아야 했어요. 스스로도 자신을 피아노 조율사의 아들이라고 소개할 만큼, 음악계 주류에서 늘 한 발짝 비켜서 있는 존재였어요. 음악 교사로, 때로는 아버지처럼 피아노 조율 일을 하면서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던 시절이 오래 이어졌어요. 서른 살이 넘도록 이렇다 할 인정을 받지 못한 채 지방에서 조용히 작곡을 이어가던 무명 시절이었어요.

아내가 믿어준 재능

엘가의 인생을 바꾼 건 캐롤라인 앨리스 로버츠라는 여성과의 만남이었어요. 그녀는 이미 소설을 출간한 작가였고, 음악에도 조예가 깊은 사람이었어요. 문제는 앨리스의 집안이 부유한 명문가였다는 점이에요. 그녀의 가족은 가난하고 신분도 낮은 데다 자신보다 나이도 어린 엘가와의 결혼을 강하게 반대했어요. 그런데도 앨리스는 1889년 엘가와 결혼을 강행했고, 그 대가로 친정으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완전히 끊기게 돼요.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무명 음악가와의 결혼을 선택한 셈이니, 앨리스로서도 결코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거예요.

그럼에도 앨리스는 자신이 글을 써서 번 돈으로 남편을 뒷받침했어요. 엘가가 온전히 작곡에만 몰두할 수 있었던 건 앨리스의 이런 흔들림 없는 믿음과 헌신 덕분이었어요. 세상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던 시절에도 가장 가까운 곳에서 그의 재능을 믿어준 단 한 사람이 있었던 거예요.

저는 이 대목에서 한 사람의 재능이 꽃피는 데는 실력만큼이나 그걸 알아봐 주고 곁에서 버텨주는 사람의 존재가 크다는 생각이 들어요. 앨리스가 아니었다면 엘가는 평생 무명의 음악 교사로 남았을지도 모르는 일이니까요.

마침내 찾아온 인정, 그리고 군인의 마음을 담은 행진곡

오랜 무명 시절 끝에 1899년, 엘가는 수수께끼 변주곡을 발표하면서 마침내 음악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해요. 이 작품이 성공하면서 그는 비로소 자신감을 얻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자기 안에 있는 군인의 기질을 표현하고 싶다며 새로운 행진곡을 써요. 셰익스피어의 희곡에 나오는 전쟁의 모순을 가리키는 구절에서 제목을 따온 곡이었어요. 1901년 이 곡이 처음 연주됐을 때, 객석의 반응은 폭발적이었어요. 관객들은 곡이 끝나자마자 즉석에서 앙코르를 요청했고, 지휘자는 그 자리에서 곧바로 다시 연주해야 했다고 해요. 무명의 변두리 음악가였던 사람이 마침내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강렬한 곡을 세상에 내놓은 순간이었어요.

전 세계 졸업식의 상징이 되다

이 곡의 인기는 영국을 넘어 더 멀리까지 퍼져 나가요. 1905년 예일대학교에서 명예 학위 수여식의 마지막 순서로 이 곡이 연주됐는데, 이를 계기로 미국의 명문 대학들이 하나둘 졸업식에 이 행진곡을 채택하기 시작해요. 이 전통은 순식간에 미국 전역으로 퍼져나갔고, 지금까지도 전 세계 수많은 졸업식장에서 이 곡이 울려 퍼지고 있어요. 정작 영국에서는 이 곡에 가사를 붙인 희망과 영광의 나라라는 노래가 사실상 제2의 국가로 불릴 만큼 사랑받는 곡이 됐어요. 한 사람의 작은 결혼식에서 시작된 믿음이, 결국 전 세계 수많은 졸업식장을 채우는 선율로 이어졌다고 생각하면 그 울림이 남다르게 느껴져요.

가난한 조율사의 아들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살던 사람이, 결국 한 나라를 대표하는 선율을 남기고 전 세계 졸업식의 상징이 됐다는 사실이 참 뭉클하게 다가와요.

참고: WCRB(classicalwcrb.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