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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이 커피 원두를 정확히 60개씩 센 이유와 모차르트와의 만남

베토벤이랑 모차르트, 이 두 사람이 실제로 만난 적이 있다는 얘기 들어본 적 있는지 모르겠다. 확실한 기록으로 남아있는 건 아니고 여러 정황과 전기 작가들의 기록에 근거한 추정에 가깝긴 한데, 알면 알수록 재밌는 얘기라서 오늘은 이거랑 베토벤의 이런저런 괴짜 습관들을 좀 풀어보려 한다.

베토벤 관련 이미지

열여섯 살 베토벤과 모차르트의 전설 같은 만남

1787년, 베토벤이 열여섯 살 때 빈으로 갔다는 기록이 있다. 당시 이미 유명 인사였던 모차르트를 찾아가 자기 연주를 들려줬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데, 처음엔 모차르트가 별 관심 없이 듣다가 베토벤이 즉흥 연주를 시작하자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고 한다. 즉흥으로 뽑아낸 선율이 예사롭지 않았는지, 모차르트가 옆방에 있던 지인들에게 “저 청년을 주목하라, 언젠가 세상을 놀라게 할 것”이라는 식으로 말했다는 일화가 여러 전기에 등장한다. 열여섯 살짜리가 당대 최고의 음악가 앞에서 즉흥연주로 기를 죽였다는 게, 상상만 해도 짜릿한 장면이다. 다만 이 대화가 정확히 어떤 표현이었는지, 심지어 둘이 실제로 만나긴 한 건지에 대해서도 학자들 사이에서 의견이 좀 갈린다. 베토벤이 빈에 머문 기간이 짧았고 그 직후 어머니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급히 본으로 돌아갔기 때문에, 만남 자체가 있었더라도 아주 짧았을 거라는 게 중론이다. 그래도 이 짧은 만남(혹은 만남에 가까운 사건)이 베토벤에게 얼마나 큰 자극이 됐을지는 짐작이 간다. 개인적으로는 이 일화가 사실이든 아니든, 두 천재가 스쳐 지나간 순간이 있었다는 것 자체가 낭만적으로 느껴진다.

원두 60알을 세는 남자

커피 얘기도 빼놓을 수 없다. 베토벤은 아침마다 커피를 직접 내려 마셨는데, 원두를 정확히 60알씩 세어서 넣었다고 전해진다. 그냥 대충 한 스푼이 아니라 진짜 한 알 한 알 세어서 넣었다는 게 포인트다. 처음 이 얘기를 들었을 때 좀 어이가 없으면서도 웃겼다. 아침부터 원두를 세고 앉아있는 모습을 상상하면 위대한 음악가라기보다는 그냥 좀 별난 옆집 아저씨 같은 느낌이랄까. 이 습관은 그와 가까이 지냈던 사람들의 기록에서 여러 번 언급되는 걸 보면 꽤 신빙성 있는 얘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왜 하필 60개였는지는 명확한 이유가 남아있진 않은데, 아마 자기만의 맛을 정확히 재현하고 싶어하는 성격 때문이 아니었을까 추측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부분을 보면 베토벤이 얼마나 완벽주의적이고 규칙에 집착하는 성격이었는지 알 수 있다. 요즘엔 오히려 저런 강박 같은 걸 좀 내려놓고 살아야 한다는 얘기를 여기저기서 많이 듣는데, 정작 역사에 남은 천재도 이렇게 자기만의 규칙에 집착하는 성격이었다는 게 좀 아이러니하게 느껴진다. 완벽주의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난장판 방과 층간침수 소동

생활 습관도 상당히 독특했다. 그는 정리정돈이랑 담을 쌓고 살았다는 게 정설이다. 방문객들의 기록을 보면 그의 방은 악보 뭉치, 편지, 먹다 남은 음식이 뒤섞여 있어서 발 디딜 틈이 없었다고 한다. 커피 원두는 그렇게 정확히 세면서 방은 저 지경이었다니, 이 괴리가 개인적으로 제일 재밌는 부분이다. 게다가 세 들어 살던 곳에서 자주 쫓겨났는데, 이유 중 하나가 작곡할 때 머리에 찬물을 끼얹는 습관 때문이었다고 한다. 영감을 얻으려고 그랬는지 정신을 차리려고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물이 바닥을 타고 아래층까지 새는 바람에 집주인이랑 자주 마찰을 빚었다는 거다. 실제로 그는 평생 동안 빈에서만 수십 번 이사를 다녔다고 하니, 이 습관이 어느 정도 영향을 줬을 거라는 얘기도 있다. 요즘으로 치면 층간소음 아니라 층간침수로 쫓겨난 셈인데, 상상하면 좀 웃프다.

부랑자로 오인받은 산책과 논쟁적인 메트로놈

성격도 꽤나 불같았다고 한다. 하인을 자주 갈아치웠고, 마음에 안 드는 연주자한테는 리허설 도중에도 서슴없이 화를 냈다는 기록이 여럿 남아있다. 반면에 산책은 거의 매일 빼먹지 않았는데, 늘 작은 노트를 들고 다니면서 걷다가 떠오르는 멜로디를 그 자리에서 적었다고 한다. 그의 산책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작곡 과정의 일부였던 셈이다. 한 번은 산책하다가 옷차림이 워낙 남루해서 부랑자로 오인받아 잠깐 경찰에 붙잡힌 적도 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자기가 베토벤이라고 말했는데도 믿어주지 않아서 결국 지인이 와서 신원을 확인해주고 나서야 풀려났다고 하니, 지금 생각하면 좀 웃긴 상황이다. 당대 최고의 작곡가가 노숙자 취급을 받았다니, 이런 반전이 은근 매력적이다.

악보에 남긴 메트로놈 표기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그가 지정한 템포가 지금 연주자들이 보기엔 지나치게 빠르다는 지적이 많은데, 이걸 두고 그가 쓰던 메트로놈이 고장 났었다는 설도 있고, 아니면 그가 원래부터 극단적으로 빠른 템포를 의도했다는 설도 있다. 어느 쪽이 맞는지는 여전히 논쟁거리인데, 나는 개인적으로 후자 쪽이 더 그럴듯하다고 본다. 성격을 보면 뭐든 극단적으로 밀어붙이는 스타일이었으니까.

이런 자잘한 일화들을 모아놓고 보면, 베토벤이라는 사람이 그냥 근엄하고 무거운 음악가가 아니라 꽤나 인간적이고 심지어 좀 엉뚱한 면도 있었다는 게 느껴진다. 완벽한 커피 한 잔을 위해 원두를 세는 집착과, 정작 자기 방은 난장판으로 놔두는 무심함이 한 사람 안에 공존했다는 게 재밌다. 위대한 음악가라는 타이틀 뒤에는 이렇게 사소하고 인간적인 습관들이 촘촘히 박혀 있었던 셈인데, 이런 걸 하나씩 알아갈 때마다 그가 훨씬 가깝게 느껴지는 것 같다.

참고: Classic FM – Did Beethoven meet Mozart?, ABC Classic – Did Haydn, Mozart and Beethoven actually meet?